行星 S-4266



2011-07-11
http://gamm.kr/908 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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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그렇겠지만) 맨처음 셜록을 보았을 때 굉장히 감탄했던 대사 중 하나(ㅎ) 물론 쇼에서 차용한 원작 셜록 홈즈의 레퍼런스를 모두 다 알아먹은 건 아니었지만, "three pipe problem"은 원작을 그 옛날에 읽은 나도 기억하고 있는 정도의 문구니까 말이지요. 21세기 현 영쿡(뿐만아니라 전세계적인-일까나(ㅎ))의 사회 분위기와도 맞게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셜록에게 파이프 대신 니코틴 패치를 끼얹은 것도 참 영리하지만, 그걸 가지고 또 저 유명한 문구를 차용하다니(ㅎ) 이런 천재들만 모인 셜록팀 따위이모티콘

 

그리고 패치를 세개나 붙일 정도로 셜록이 신경쓰고 있는 사건은 다름아닌 핑크 레이디의 사건.

 

정말로? 이모티콘

 

-랄까, 이제서야 이걸 포스팅하는 것도 좀 우습지만, 포스팅 한 적 없으니까, 일단 계속하긔(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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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은 핑크색 수트케이스를 찾으러 로리스턴 가든을 떠났지요. 존 왓슨도 까맣게 잊고 평소에 하던대로 늘 자신의 추리에서 최우선인 사안인 핑크색 수트케이스를 찾는 것을 해결하러 말입니다. 그리곤 존이 마이크로프트 형님에게 납치되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을 무렵에 존에게 문자 3통을 보냅니다.

 

Baker Street. Come at once if convenient. SH.

베이커 스트릿으로. 근처에 있으면 지금 당장 와요. SH.

 

If inconvenient, come anyway. SH.

근처가 아니라도 어쨌든 와요. SH. (첫번째 문자 보낸지 1분후)

 

Could be dangerous. SH.

위험할지도 몰라요. SH. (두번째 문자 보낸지 2분 10초 후)

 

존이 221B로 다시 되돌아왔을 때 셜록은 작정하고 니코틴 패치 3개를 붙이곤 추리 모드로 소파에 드러누워있었지요. 존에게 핑크 레이디- 제니퍼 윌슨의 폰으로 문자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곤 벌떡 일어나 핑크색 수트케이스를 꺼내 대수롭잖다는 듯이 존의 앞에 펼쳐놓습니다. 그리곤 깜짝 놀라는 존에게 한시간도 안되서 이 핑크색 수트케이스를 찾아낸 일과 그녀의 폰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그 폰이 범인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리 결과를 말해주죠.

 

셜록이 존에게 문자를 처음 보낸 것은 아마도 수트케이스를 찾고 난 이후일 것 같아요. 그리고 존이 마이크로프트 형님과 이야기를 끝낸 후 이전 숙소에 들러 권총을 가지고 다시 221B로 되돌아오기까지 아무리 못걸려도 30분 이상(개인적으론 한시간 가까이 혹은 조금 넘게 쪽이 좋아요(ㅎ))은 걸렸을테죠.

 

어쨌거나 과연 그 시간이 흐를 동안 셜록이 수트케이스와 관련된 추론을 하느라 니코틴 패치를 3개나 붙일 정도가 될까- 하는 것이 말하고 싶은 요지. 221B에 도착한 존에게 바로 막무가내로 제니퍼 윌슨의 폰으로 문자를 보내라고 할 정도인데 말이에요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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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이 로리스턴 가든에서 흥분해서 뛰쳐나갈 당시에는 존 따위(ㅎ)는 아마도 까맣게 잊고 있었겠지요. 실제로 이때까지 그렇게 누군가와 같이 사건 현장을 다닌 적도 없고, 지금 이 사람은 연쇄 살인의 명확한 징후를 포착해 그걸 증명할 증거-핑크색 수트케이스를 찾아야 한다! 라는 것이 온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었을테니까. 그리고 실제로 한시간 가까이 로리스턴 가든의 인근 골목골목을 뒤지면서도 여전히 존에 대한 것은 떠올리지 못했을 거에요. 마침내 수트케이스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혹은 221B로 돌아와서 가방의 내용물을 수색하고(그 자리에서-가 좀더 마음에 들어요(ㅎ)) 폰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것을 범인이 가지고 있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레스트레이드 경감님께 연락해서 제니퍼 윌슨의 연락처를 요청하고- 아마 이 즈음에 존에 대한 기억을 되찾지않았을까 싶달까(ㅎ)

 

하지만 221B에도 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하지만 이때 바로 존에게 문자를 보냈을 것 같진 않아요. 일단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가 어디에 있을지에 대한 추론 엔진이 먼저 돌아갔겠지(ㅎ) 물론 금새 결론을 내리곤 문자를 보내기로 했겠지.

 

집을 구경하기도 했고 사건 현장에까지 쫄래쫄래 따라오긴 했지만, 이사를 들어오겠다고 서로 명시적으로 합의하진 않았지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 셜록이겠지만, 그래도 뭔가 존에게 쐐기를 박고 싶고, 자신의 궤도 안으로 확실하게 끌어들일 방법을 이쯤에서 생각해내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이구요. 제니퍼 윌슨의 폰에 자신의 폰으로 문자를 보낼 수 없다는 것도 그저 단순한 핑계거리. 정말로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자기 폰이든 허드슨 부인의 폰이든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든 보냈겠지. 단지 존을 221B로 되돌아오게 한 이후에 뭔가 다시 이 "사건"에 끌어들일만한 빌미가 필요했던 거겠지(ㅎ)

 

그렇잖아요. 마이크로프트 형님이 존에게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You're not haunted by the war. You miss it."), 셜록 역시 존의 그런 점을 처음부터 알아채고 있었으니까요. 존을 처음 사건 현장에 꾀여 가려던 때의 대사("Seen a lot of injuries. Want to see some more?")라던지, 베이커가로 오라며 보낸 문자 중 마지막 문자의 내용이라던지(ㅎ)

 

자, 그리고 우리 셜록, 이삿짐을 들여온 이후 차일피일 제대로 정리할 생각도 하지 않고(물론 모든 물건은 셜록 자신이 생각하는 제자리에 있었던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ㅎ)) 테이블 위고 소파고 바닥이고 잔뜩 짐이 쌓아져 있는 221B 실내를 슥 둘러봅니다. 그리고 낮에 존이 했던 말을 떠올리는거죠. 이런저런 쓰레기를 좀 버리고 정리를 하면 괜찮겠네요- 아무리 사교성 제로에 배려심이라던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린다던가 그런 게 없는 셜록이라고 해도, 그런 건 앤더슨을 대할 때나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고(미안 앤더슨(ㄲ)), 아니, 저 꼭 플랫메이트로 맞아야 할 존 왓슨을 앞에 두고 감히 그런 셜록이 가당키나 합니까! 누누히 말하지만 이자식은 "사교"라던가, "대인"에 대한 것이라던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방대하고 상세하게 행동양식이라던가 전략 등을 알고 있다고! 단지 그걸 대부분 추론이나 사건 해결에 써먹을 뿐이라서 문제인거지! 이모티콘

 

그래서 우리 셜록, 청소를 합니다. 구슬프지만, 어쩔 수 없잖아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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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긴 소파에 잔뜩 쌓여있던 짐부터 정리(랄까 어디 구석구석 다 집어넣어놓은 것 뿐이겠지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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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이 짐을 가져오기 전에 쓸만한 미니 노트북도 하나 더 꺼내놓고(ㅎ) (원래 존이 221B에 찾아왔을 때는 큰 인치의 HP 노트북이 큰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지요. 저 작은 노트북(넷북)은 소니 것입니다. 하찮은 포스트를 써야 하는데 좀 귀찮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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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B로 돌아온 존에게 "집"이라는 기분과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벽난로도 좀 불 지펴놓고(ㅎ) 벽난로 위에 있던 해골은 일단 냉장고 안에 좀 넣어놓고(ㄲ) (허드슨 부인이 가져갔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마세요! (ㄲ))

 

-랄까, 실은 긴 소파와 그 앞 테이블에 있던 짐만 해도 상당량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 치워서 자기 누울 자리를 챙긴 후에는 대충 만족해버린 셜록입니다만(ㄲ) (실은 이 청소에 대한 것은 "221B 청소" 관련 포스트에 포함될 내용이라 이 정도만. 저 빌어먹을 청소 포스트를 (역시나) 작년 가을부터 쓰려고 벼르고 있는데 도저히 귀찮아서(...))

 

어쨌거나, 그렇게까지 했는데, 제니퍼 윌슨의 폰은 범인이 갖고 있는 건 알겠고- 그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221B에 존이 되돌아와있지 않은 이 순간에, 자기가 문자를 친히 3통이나 넣었는데 답도 없는 이 순간에, 이미 죽어버린(미안) 제니퍼 윌슨의 폰이 문제냐고요. 그 멍청한 범인은 몇시간쯤 기다려도 된다고. 어차피 자살이 아니라 연쇄 살인 사건이고, 범인이 실수를 한 것을 파악한 이상 그놈이 잡히는 건 시간 문제란 말이야.

 

그런데 대체 존은 왜 돌아오고 있지 않은 거냐고!!!!!!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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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 패치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존이 221B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싫고 가정하기도 싫지만, 어쨌거나 이 셜록 홈즈가 제니퍼 윌슨의 수트케이스까지 되찾아 다음 단계로 나아갈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놨는데, 이 존 왓슨이라는 작자는 대체 왜 돌아오지 않고 있냔 말이야. 대체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습니까! 생각을 해야해- 생각을 해야해. 존이 지금 어디 있는지, 언제 돌아올 건지, 돌아오기나 할 건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지----!!!

 

 

셜록 이자식아 전화를 해라 그냥이모티콘 (그보다 존 번호는 언제 땄냐)

 


 

쓰리패치프로블럼-은 연쇄 살인 사건과 관련된 사안이 아닙니다(진지). 존 왓슨과 관련된 사안이죠. 물론 다행히 존이 바로 돌아온 탓에 제니퍼 윌슨의 폰으로 문자도 보내게 만들고, 수트케이스를 어떻게 찾았는지 자랑도 좀 하고, 같이 저녁도 먹고, 데이트(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나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하고-

 

역시 모든 것은 쓰리패치의 효과대로이모티콘

 

그리고 다음날 약효가 다 된 패치를 떼내면서 이렇게 중얼거리겠죠. "존이랑 잘된다. 안된다. 잘된다!" 이모티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