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11-06-05
http://gamm.kr/865 셜록

새삼 잘라내긔이모티콘

 

셜록이 바츠에서 존의 혼을 빼놓았던 맨첫번 씬 정도만 해도 굉장히 탁월했지만, 이 쇼가 마음에 든 것은 원작과는 달리 셜록이 자신의 추리에 쓰는 단서들을 의식적으로든, 혹은 지나가는 장면처럼 순간적으로든 화면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 있지요. 원작 셜록 홈즈도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너무 왓슨의 시점에서만 쓰여 있기 때문에 홈즈님의 추리는 그냥 결국에 가서 홈즈님이 설명해주지 않으면 전-혀 알아챌 수 없기 때문에(ㅎ) 소설이라는 점도 있고, 시점 문제도 있고 하니 어쩔 수는 없습니다만.

 

핑크 레이디의 경우에서처럼 셜록이 조사하는 장면을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셜록이 짚고 넘어간 단서들을 텍스트로 추가해주던 센스는 정말 멋졌었죠. 이후의 사건들에선 그런 점들이 좀 적게 보여져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2편에서 세바스찬과 첫 대면을 할 때라던지, 3편에서 야누스카 사장과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할 때라던지, 이후에 셜록이 자신의 추리 내용을 말할 때 사용된 단서들이 은근슬쩍 화면에 잡히고 지나갔었기 때문에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달까. 그외에 셜록이 애초에 알아채지는 못한 주요한 단서를 암시하는 장면들도 마음에 들었고. 1편 도입의 택시 퍼레이드라던가, 3편 플레이타임 내내 온 화면 구석구석에 보였던 힉맨 갤러리의 로스트 페인팅 포스터라던가- 정말 힉맨 갤러리 포스터는 결과를 알고 다시 돌려봤을 때 무슨 장면마다 눈에 띄어서 좀 웃었더랬지(ㄲ)

 

어쨌거나, 그런 단서들을 모아 추리 과정의 일부와 결과까지 단숨에 토해내듯이 읊어댔던 장면 3종을 새삼 잘라내서 보관해봅니다. 당연하게 말해대는 장면들이긴 하지만, 포스트로 제대로 남긴 적은 없기도 하고, 그냥 왠지 가끔 이 장면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동영상이 없으면 볼 수가 없고, 동영상이 있으면 한번 보면 또 계속 보게 되니까(ㄲ)

 

진짜 암만봐도 캐스팅 甲이여이모티콘

 


 

 

실제 바츠 장면에서는 셜록이 존의 신상명세를 줄줄 읊듯이 말해대는 장면의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해 셜록이 존을 쳐다보거나 핸드폰을 빌리던 장면 등이 별 대수롭잖게 넘어갔지만, 그걸 또 셜록이 자신의 추리 내용을 설명해주는 이 장면에서 재구성해서 보여준 점이 굉장히 멋졌던 장면. 주구장창 자신의 추리 내용을 설명하는 것에 비해 재구성된 장면은 정말 순간적인, 스포이드에서 액체 방울이 미처 다 떨어지기도 전에! 그만큼 순간적으로 상대를 파악해내는 셜록의 능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랄까.

 

베네딕트씨의 연기도 굉장히 탁월한 게, 이게 제작진측의 주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의 시선 처리도 그렇고, 핸드폰 이야기를 하면서 존의 핸드폰을 받아들어 계속 손에서 이리저리 돌려대며 말하는데, 다른 장면들에서도 그렇지만 이런 사소한 손짓 같은 것도 굉장히 그 장면과 캐릭터를 살려내는 점이니까 말이에요.

 

 

두말하면 입아픈 멋진 텍스트 효과가 있었던 핑크 레이디 장면. "땡" 장면이나 셜록의 텍스트 장면들은 어차피 텍스트이니까 그렇다쳐도, 사건 현장을 살펴보는 셜록의 시선을 따라 텍스트 처리라니, 손나 천재들만 모인 셜록팀이여- 정말 Rache 정의를 눈짓으로 흐트러뜨리는 셜록 장면은 진짜 짜증나게 브릴리언트했지(ㄲ)

 

결혼 반지에 대한 추리 내용을 말해줄 때에는 맨 처음에도 사실 그러려니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어차피 텍스트 효과에서도 나왔고), 정말 그 뒤에 우산과 코트, 그리고 날씨 리서치를 가지고 카디프 결론 내리는 그 대사 시퀀스는 그 내용 자체도 그렇지만 베네딕트씨의 포스가 너무 극적이라- 숨도 안쉬고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역시 손짓과 몸짓과 표정까지도! 30여초 동안 정말 진심 베네딕트씨한테서 눈을 뗄 수가 없다늬! KBS 셜록의 더빙은 정말 금세기 최고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카디프 대사 시퀀스는 사실 좀 별로였었어요.

 

카디프 대사 시퀀스가 시작되기 전에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의 레경감님을 깔로 보는 셜록 눈빛도 참 재미진 요소(ㅎ) 모르겠다고 입밖으로 내서 말한 쪽은 존이었는데! 물론 you 자체가 단복수 다 되긴 하지만, 셜록은 어쨌거나 존 대신 레경감님께 그런 시선을 보냈을 뿐이긔(ㄲ)

 

 

앞선 두 장면을 포함해 이전 여러 추리씬들에 비해 굉장한 갭으로 껑충 건너뛴 셜록의 결론이 돋보이던 장면. 게다가 이 3화 도입에서 태양계를 가지고 존에게 당하면서도 끝까지 지고집을 꺽지 않던 셜록에게 유리한 변호로도 작용할 수 있는 장면이라 더 좋아하기도 하고(ㅎ) 정말 이 장면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보였던 힉맨 갤러리의 그 포스터가 단숨에 주요 단서로 떠오른 장면이었죠. 세기의 발견이기 때문에 정말 누구나(레경감님과 존 역시)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을 반복해서 보았을테지만, 또 반면에 그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기억에 남겨두지 않았을 그런 사소한 일상의 장면을, 그것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면 차곡차곡 분류해 쌓아둔 하드디스크에서 냉큼 찾아내 끌어올릴 수 있는 셜록의 능력-이랄까. 그러면서 태양계에 대해서는 일부러 애써 정정하려 들진 않지만 극의 결말이 천문과 관련이 있는 것도 참 멋진 구성이었어요.

 

"You do see! You just don't observe!"라는 원작 대사를 여기다 적절히 사용한 것도 정말 멋졌죠! 게다가 원래 저 대사는 왓슨을 면박 주며 하는 대사지만, BBC 셜록에선 레경감님한테 쓰였다는 점도 정말 재미진 요소. 물론 존한테 이런저런 저평가의 말을 해대곤 하는 셜록이긴 하지만, 실은 저렇게 진심을 담아 면박 주진 않는다니까(ㄲ)

 

셜록의 추리 대사 시퀀스의 마지막은 아무래도 촬영일 당시 꽤나 추웠던 모양인지 입이 얼어 말이 잘 안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대사치는 베네딕트씨를 볼 수 있어서도 좀 좋고(ㄲ) 그때문에 시퀀스의 임팩트가 아주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