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11-06-01
http://gamm.kr/862 셜록

안드로이드 셜록에서 잠깐 언급했던 컴퓨터 geek과 관련된 내용. 뭐, 딱히 별 대단한건 없고- 실은 작년 가을에 썼어야 했지만이모티콘

 

BBC 셜록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 점이라면, 21세기 셜록이라고 스마트폰을 쓰고, 왓슨은 책 대신 블로그를 쓰고, 택시를 타고 다니고, 파이프 담배 대신 니코틴 패치를 붙이는 등의 현대적인 각색이 상당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쇼 전반에 깔려 있는 분위기 자체는 원작의 시대적 배경인 빅토리안 시대의 분위기(랄까)를 지나치게 깨지 않는 정도로 구성해둔 점이라고 할까. 딱 보면 드러나듯이 221B 실내 세트 자체부터가 그렇잖아요?

 

뭐랄까, 그 시대만큼 고풍스럽다기보다는 꽤 낡고 오래된 기분이 물씬인, 물론 현대적인 일상들이 녹아 있긴 하지만 너무 모던하지는 않은 그런 분위기의 세트가 마음에 든달까. 파일럿의 221B 실내 세트는 사실 그런 점에서 약간 마음에 들지 않는 편이에요. 똑같이 벽난로도 있고, 책이라던가 널부러져 있고, 따뜻한 색감의 조명에 역시 모던한 가구를 쓰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인데도, 색감이라던가 디테일한 면들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방송분의 221B 실내 세트에는 좀 못미치는 듯한 느낌이라- 뭐, 파일럿 전체적으로 다소 그런 점이 있긴 하지만(ㅎ) (재촬영이 결정되어 후반 편집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나(ㅎ) 아마 그대로 방송 내보냈었으면 셜록을 처음 보았을 때만큼의 반응을 보이진 않았을 듯(ㅎ))

 

큰 가구들 중에 소파들과 책장 등은 굉장히 낡아보이는데 반해, 냉장고나 TV 같은 디지털 기기들은 또 그 디자인 자체가 꽤나 최근의 것들이라는 점도 마음에 드는 요소이구요.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낡은 책들 사이에 또 다소 오래된 디지털 관련 물품들이 섞여 있는 점도 마음에 들고.

 

음. 그러니까 세트에 대해 말하려던 건 아닌데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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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보다는 문자를 선호하고, 자신의 사이트를 가지고 있고, 간단히 필요한 정보는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활용하는 셜록입니다만, 사실 극 중에서 이런 디지털적인 면모를 적당히 "도구"로 활용하는 측면에서만 보여주고 있는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든달까요.

 

존의 노트북의 패스워드를 깰 수도 있고, 어떻게 한 것인지는 설명되진 않지만 레경감님의 기자 회견장에 모인 기자들에게 동시에 문자를 보낸다거나 할 수도 있지만, 실은 개인적으로는 셜록이 이런 디지털 기술 그 자체를 사용하고 연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우선순위가 낮은 쪽이 좋거든요. 딱 쇼에 보여진 정도만큼, 적절한 때에 적절한 곳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도구" 정도의 우선순위로 가지고 있는 셜록 쪽이 좋아요. 물론 충분히 geek이나 해커 수준의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가질 수 있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ㅎ)

 

좀 어폐가 있긴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의 "디지털 셜록"에 대비되는 "아날로그 셜록" 쪽을 선호한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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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는 원작에서부터도 그렇지만, 굉장한 관찰력과 주의력을 기반으로 해서 "사고(思考)"만으로 눈앞에 보이는, 그리고 그 뒤에 숨은 것들까지, 추론해내는 것이 주요 특징이니까 말이에요. 그가 읽어대는 수많은 책들, 일부러 경험해보는 평범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것들, 전문가에 버금갈만큼의 수준으로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들, 논문들, 수집품들, 사용하는 기기들은 모두 그것들이 목적인 것이 아니라,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가 세상을 바라보고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데, 그 과정에서 사고를 하고 추론을 하는 데, 하나의 사실과 다른 하나의 사실을 논리적으로 연결해줄 도구로써 쓰이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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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도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가 처음 등장하는 곳은 연구실이었고, 쇼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연구실에서 시작하는데, 21세기라는 컨셉에 맞춰 디지털 기기와 요소들을 대거 사용하면서도 셜록에게 있어서는 그저 원작에서도 그랬듯이 연구실의 현미경 정도 수준의 "도구"로만 다뤄주고 있어서 그게 좋은 점이랄까.

 

난 아무래도 IT 업계와 관련되어 있기도 해서 해커라던지, IT 관련 부문의 소재나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사실 셜록이 작정하고 너무 이쪽 업계(ㅎ)에 손을 댄다면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로는 그다지 큰 잇점이 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 대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이쪽 최고 수준의 geek이나 해커들과 능력을 겨룰 수 있을 정도 잠재력을 지닌, 그리고 관련된 기기들이나 정보들을 일반인들에 비해서는 훨씬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라는 점은 전폭 지지하지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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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셜록이 제대로 활용하는 것에는 관련된 전문가들도 포함되죠. 시즌1의 세편 중 "The Blind Banker"편은 만족도가 가장 낮긴 한데, 그래도 라즈의 등장만큼은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원작의 소년탐정단인 이레귤러즈나 BBC판에서의 노숙자 언니를 정보원으로 쓰는 것은 단순히 발품을 좀더 효율적으로 팔 뿐인 거고, 라즈의 경우에는 셜록이 직접 말했다시피 자신이 미처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셜록이 페인트의 종류를 알아보았다는 설정이래도 딱히 무리가 없었겠지만, 조언을 구하는 상대가 사회적으로 저명한 전문가(교수라던가)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불법으로 그라피티나 그리고 다니는 젊은이라는 점도 굉장히 마음에 드는 점이에요. 극중에 무수히 보여진 그 "도구"들에 이런 "사람"과 "인맥"까지도 포함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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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래서 라즈와 유사한, IT 관련된 전문가, 역시나 젊을 geek 몇몇도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했더랬죠. 이 장면에서 셜록이 사용한 트릭은 쇼에서 설명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의뢰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장비를 조달했다거나 방법의 힌트를 얻어냈다거나 했다는 정도의 설정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달까. 이 장면에서 실은 셜록이 문자를 동시에 보내는 것도 그렇지만, 타이밍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 기자회견장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기도 하거든요. 생방일수도 있지만, 별로 그렇진 않을 것 같고(ㅎ) 카메라나 마이크 등이 설치되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저 기자단 중에 셜록이 있을수도 있고(ㄲ) 실은 기자단에 섞여 있다는 설정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ㅎ) 위장의 기술이란 그 풍경 속에 숨어드는 것이니까! 쇼에서 가운데줄의 맨 뒤에 앉은 기자는 얼굴이 제대로 비치지 않기 때문에 셜록이라고 생각해버려도 좋을 것 같고! (ㄲ)

 

물론 존의 노트북의 패스워드를 깨고 로그인 하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건 셜록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거고. 셜록이 쓰는 블랙베리는 딱히 일반적인 정보 이외에도 보통은 접근하기 힘든 정보에도 손쉽게 접근하는데, 그와 관련된 개조나 조작도 누군가 해준 것이라는 쪽을 지지. 과거에 몇번 자신이 파고 들었던 사건에 관련된, 혹은 도중에 알게 된, 집에 수 대의 워크스테이션을 갖추고 넷상에서 이런저런 일을 해대는, 모든 종류의 기기에 통달한 녀석을 알고 있다는 쪽이 마음에 들어요(ㅎ) 그런 녀석을 내키는대로 부려먹는 셜록-이라는 점도 좋고! 이모티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