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11-02-27
http://gamm.kr/763 셜록

첫번째 에피소드 "Study in Pink"에서 도노반 경사가 사건 현장에 처음 따라온 존에게 했던 대사죠. 졸지에 우리 홈즈님이 사이코패스 셜록이 되던 순간(ㅎ)

 

He likes it. He gets off on it.

The weirder the crime, the more he gets off.

그는 이런 사건들을 즐겨요. 완전히 빠져있죠.

사건이 더 기괴할수록 더 흥분하는 거에요.


One day just Sherlock won't be enough.

One day we'll be standing round a body

and Sherlock Holmes will be the one that put it there.

결국엔 더이상 만족하지 못하게 되겠죠.

언젠간 살인사건의 범인이 셜록인 날이 올 거에요.

 

해당 씬에 대해서 별로 불만은 없습니다. 어차피 공식적으로 사이코패스라고 진단을 받은 것도 아니고, 셜록 자신도 별로 개의치 않고 있는데다가 되려 자신은 소시오패스라며 한술 더 뜨질 않나(ㅋ)

 

하지만 별로 하려고 하는 얘기는 그런 게 아니고이모티콘

 

작년 11월쯤(그러니까 이 포스트는 원래 그때 썼어야(...))에 디카프리오의 차기작이라는 "The Devil in the White City" 정보를 보게 되었는데요. 동명의 논픽션 소설이 원작입니다. 2003년작.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World's Fair)"를 중심으로, 박람회의 주요 설계를 맡은 건축가 번햄과 그의 동료의 이야기와, 그리고 또 하나, 박람회 기간 동안 박람회장에서 10마일 떨어진 곳에 한 블럭 크기만한 호텔을 짓고 여성들을 살해한 "닥터 헨리 하워드 홈즈(Dr. Henry Howard Holmes)"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건축가 번햄의 분량이 좀더 많다고 하지만, 영화는 단연코 닥터 H.H.홈즈의 이야기가 되겠지요. 원작은 국내에 "화이트 시티"라는 제목으로 번안되어 있습니다. (교보 사이트에서 검색했는데, 분류가 '시/에세이'로 되어 있어서 첨엔 그냥 다른 책인 줄 알고 넘긴(...)) "The White City"라는 것은 시카고 박람회장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회장의 모든 건물이 흰색이어서 그렇다네요.

 

닥터 헨리 하워드 홈즈. 본명은 허먼 웹스터 머젯(Herman Webster Mudgett). 체포 당시 27건의 살인을 자백했고 그중 9건이 확인. 자백과는 별개로 추정 250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여겨지고 있는 희대의 연쇄 살인마. 서핑하다가는 "홈즈"라고 이름 지은 것이 영국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따온 것이라는 말도 있습디다만, 그건 좀 아닌 것 같고(ㅎ) 박람회 기간 때 "홈즈"라는 가명을 쓴 것이 아니라 시카고로 오기 전부터 쓰고 있었으니까요. 시카고로 처음 온 것이 1886년인데, 영국의 아서 코난 도일 경이 셜록 홈즈 시리즈의 첫번째 장편인 "주홍색 연구"를 발표한 게 1887년(ㅎ)

 

박람회장 근처에 지은 호텔은 "Castle"이라고 불리울 정도의 규모로, 홈즈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내부의 정확한 구조를 몰랐다고 합니다. 1층은 평범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지만, 2층과 3층은 창문도 없고 문을 열면 벽으로 막혀 있는 백여개가 넘는 방들, 이상한 구조의 복도와 계단들, 밖에서만 열리는 문들 등의 장치로 이루어진 엄청난 미로로 이루어져 있었고, 이 내부 구조는 호텔을 짓는 내내 홈즈 자신이 계속해서 설계를 바꿔댔기 때문에 홈즈를 제외하면 아무도 정확한 구조를 알지 못했다고 하네요. 호텔이 완공되고 박람회가 개최되면서 홈즈는 호텔 직원들과 손님들 중 여성들을 타겟으로 범행 대상을 골라 호텔 내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는 지하실로 옮겨 해부를 한 후 보관하거나 의대에 팔았다고- 하지만 박람회가 끝나고 실종 여성들의 신고가 이어지면서 결국 1894년 7월에 잡혀 1896년에 교수형을 당했습니다.

 

셜록과 무슨 관계냐- 단순히 "홈즈"라는 성 때문이냐- 하지만 단순히 성이 "홈즈"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물론 홈즈라는 성도 그렇고, "Murder Castle"을 설계할 정도의 굉장한 머리도 그렇고, 시체에 대한 집념이라던지(ㅎ) 상당히 셜록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눈에 띈 것은 바로 "1893년"이라는 것.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원작에서 우리 홈즈님이 잠시 잠적한 적이 있었지요. 바로 모리아티 교수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함께 떨어져 죽었다고 알려진 그때. 바로 "1891년"입니다. 박람회 개최는 "1893년". 우리 홈즈님이 다시 돌아온 것은 "1894년 4월". 닥터 홈즈가 체포된 것은 "1894년 7월".

 

홈즈님, 미국 건너가서 연쇄 살인 저지를려고 잠수 타신 거였나요이모티콘

 

이쯤되서 그냥 저절로 떠오르는 망상. 원작 홈즈님보다는 BBC 셜록의 이미지로,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최후의 대결을 끝내 모리아티 교수를 처치하는데 성공한 우리 홈즈님셜록은, 갑자기 굉장한 권태와 허무, 절망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평소에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한 사건들을 해결하다 의뢰가 전혀 없을 때 "Bored"해지는 것과는 달리, 이건 벽에 총 쏴서 될 문제가 아니죠. 세상에 찾아보기 힘든, 어쩌면 단 하나밖에 없을지도 모를, 자신의 범죄 메이트 모리아티 교수짐더게이를 드디어 이겨버렸는데! 결국 그 길로 잠수타고, 물론 당연하게도 존한테 텍스트 하나 안날리고, 미국으로 건너간 셜록. "홈즈"라는 이름으로 소소한 사기를 치던 허먼을 만나게 되고, 여기서 첫번째 살인. "홈즈"라는 가짜 신분을 가진 허먼으로 위장, 시카고로 건너가 박람회 준비가 한창인 도시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존이 항상 짜증내면서도 항상 브릴리언트라고 외쳐주는 그 비상한 머리로 "Murder Castle"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거죠! 이모티콘

 

손나 말도 안되는데, 손나 흥미진진해져서이모티콘

 

처음 봤을 때는 1886년에 시카고로 건너갔다는 내용이 없는, 영화 관련해서 원작 논픽션 소설의 닥터 홈즈와 호텔에 관한 것을 요약한 내용만 보았었기 때문에(ㅎ) 그리고 호텔에서의 살해 수법도 직접 살해하는 것보다 질식사라던가, 그런 방식을 쓴 것 같더군요. 그래서 좀더 그럴듯 했달까(ㅎ) 허먼으로 위장하는 부분은, 일단 허먼은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간 셜록이 "닥터 홈즈"라는 신분을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이미 그런 신분을 만들어 쓰고 있던 허먼의 신분을 다시 뒤집어쓰는 쪽이 좀더 실존 인물스러워지기 때문(ㄲ)

 

어쨌거나, 우리 셜록, 잔뜩 머리 굴려서 호텔을 짓고 1893년 박람회와 함께 "여자"들을 타겟으로 신나게 살인을 저지르고 신나게 해부하고 신나게 채찍질도 좀 하다가 박람회가 끝나면서 슬그머니 정신이 들어 1894년 4월,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셜록이 "여자"들을 타겟으로 잡은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죠(ㅎ)

 

그렇다면 잡혀서 사형까지 당한 범인은 어떻게 되느냐.

 

쇄도하는 실종 신고 때문에 사건 조사는 들어가게 되는 거고, 여기서 두가지 옵션. 셜록이 자기 대신 잡힐 또다른 닥터 홈즈를 만들어두고 떠났다는 설정. 혹은 시카고 경찰들이 잡은 닥터 홈즈는 그냥 가짜일 수도 있겠죠. 어차피 이런 사건에 범인을 잡아버리는 쪽이 좋으니까. 이쪽은 맨처음 떠올렸던 생각들이었고, 두번째 옵션은 이걸 쓰다가 생각한 거지만, 영국 뿐 아니라 전세계를 감시하고 계신 우리 마형님이 결국엔 시카고까지 건너가서 저런 뻘짓을 하고 있는 동생을 발견하곤 영국으로 되돌아오라는 압력을 행사함과 동시에 뒷처리까지 해버렸다는 설정(ㄲ) 쓰고보니 이쪽이 좀더 끌리네(ㄲ) 그냥 평면적으로 말이 되는 건 첫번째 설정이긴 한데, 아 역시 안되는게 없게 하는 마형님(ㄲ)

 

진짜 손나 말도 안되는데, 손나 흥미진진한데!! 이모티콘이모티콘이모티콘이모티콘이모티콘이모티콘이모티콘이모티콘이모티콘이모티콘이모티콘

 

너무 공교롭게 연도가 맞아떨어져서- 아서 코난 도일 경은 절대 이런 걸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왜 갑자기 좀 무섭냐(...)) 그저 "홈즈"라는 성만-이었으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을텐데, 진짜 영화화 기사에 포함된 내용에서 "1893년"이라는 연도를 발견했을 땐 진짜 좀 소름 돋았다(ㄲ)

 

어딘가 물건너 셜로키언들이나 홈지언들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재로, 원작 홈즈님이 아닌 BBC 셜록으로 팬픽션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ㄲ) "The Devil in the White City"라는 타이틀의 베네딕트씨라니, 야이씨 준내 보고 싶잖앵이모티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