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07-06-07
http://gamm.kr/74 선샤인

푸푸. 스크립트 북에는 캡틴과 캐파씨의 체스 장면이 실려 있습니다. 필름으로 찍었는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최종판에는 전-혀 실려있지 않구요. 사실 스크립트 북에서는 캡틴의 실버 킹이 몇 장면 등장합니다. 갈랜드씨가 일부러 이미지화한 것 같긴 한데, 보일님이 강림하셔서 체스와 관련된 모든 장면을 지워버리셨습니다(ㅋ)

뭐, 개인적인 생각에도, 별로 없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음, 캐릭터 비하인드 스토리로, 남아 있는 것도 좋은 기분. 좀 다른 얘기지만, 보일씨, 역시나 꽤 감각은 아직 죽지 않으신 것 같다니까요. 트레인스포팅도 엄청 멋졌고- '감각적'이었죠. 사실 본지 꽤 되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ㅋ) 어쩐지 그 DVD를 마련해놓질 않았네요(...) 아마 이전에 비디오 테이프로 가지고 있어서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어요. 내일 샵에나 나가볼까. 뭐, 암튼, 보일씨, 갈랜드씨의 초안 스토리를 변경한 장면은, 대개가 다 '영상'적으로 극적으로 대체되었더군요. 인터뷰에서도 그러세요, 물리학 따위 난 잘 모르겠고, 영화는 물리학 수업이 아니니까, 좀더 눈에 띄고 쉽게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을 더 만들고 싶었다- 라구요. 멋지삼, 감독님(ㅋ)

어쨌든.

맨 처음에 이카루스 II의 크루를 한사람한사람씩 짚어가면서 한 장면씩 보여주도록 되어 있었는데요, 캐파씨와 캡틴은 이때 체스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시퀀스에서 서릴 박사님 컷만 유일하게 살아남았어요. 도입의 관측실씬 말이죠.) 일단 장면의 시작은 체스판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이 심사숙고하고 있는 걸로 시작합니다. 캡틴의 턴으로, 체스판 위의 상황은 캡틴이 잡은 흰 말의 킹이 대략 체크를 당한 상태. 흰 말의 킹은 은색이라고 되어 있어요.


결국 카네다는 크게 한숨을 내쉬곤, 은색의 킹을 쓰러뜨렸다.
게임에서 진 것이다.
캐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네다 : 좋은 게임이었네.

둘은 악수를 했다.
캐파가 시계를 확인했다.

캐파 : 3시간 반 걸렸네요.
카네다 : 오래 걸렸군.
캐파 : 정말 대단하신데요. 그 집중력이라니.
카네다 : 그렇지.

두 사람은 체스판을 다시 세팅하기 시작했다.


...어이어이, 이봐요들, 세시간 반이나 걸려서 한 게임 했으면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게 좋을 것 같지 않아?! 지독한 사람들 같으니-_- 그러니까 메이스씨가 질려할만도 하지! (ㅋ)

음. 캐파씨는 자신이 캡틴보다 체스를 더 잘 두기 때문에, 캡틴에게 항상 흰 말을 내어준다고 하죠. 체스에서는 흰 말이 먼저 플레이를 시작하니까요. 가끔 캡틴이 이기도록 해준다고도 하고(ㅋ) 뭐야, 완전 잘난척이야? (ㅋ) 캡틴은 원래 체스를 두곤 했었을까요? 어쩐지 이카루스 비행 중에 캐파씨한테서 배워서 두는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아무래도 별로 할 일은 없잖아요, 16개월 동안 얼마나 무료해(...) 단순한 메이스씨는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라고(ㅋ) (아놔, 메이스씨 생각하면 너무 웃겨(ㅋ))

가장 평소랑 다름 없는 사람은 역시 캐파씨일 듯. 어차피 이 사람은 이카루스에 타고 있던, 지구에 남아 있던, 혼자 어딘가 틀어박혀서 막 뭔가 계산하고 있다거나(ㅋ) 뭐니, 그게, 히키고모리(!)도 아니고! (ㅋ) 그래도 다행이죠, 이카루스에는 싫어도 얼굴 맞대고 봐야 하는 크루가 7명이나 있잖아- 사실 캐파씨는 혼자 핵탄두실 같은 데서 뭔가 하고 있을 때 이카루스랑도 이야기를 많이 할 것 같아요. 50년 후면 음성 인식 시스템이라던지, 좀 시중에 나와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인류의 미래를 구할 우주선에 탑재된 이카루스 시스템은 엄청 하이테크이지 않겠어요? 이 사람, 이카루스 시스템이랑 처음 대화할 때 엄청 신기해했을 것 같고- (ㅋ) 막 동료 연구원이랑 했을 법한 토론을 시도해본다거나- (물론 이카루스 시스템이 토론을 할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을 것 같지만.)

그 왜, 핀베커의 존재를 처음 알아채던 그 대화에서도, 캐파씨, 이카루스에게 산소 소비량을 체크해달라고 하곤, "고마워."라고 말하지요. 이카루스에게 그렇게 덧붙여주는 사람은 캐파씨 밖에 없을 것 같달까. 아, 하긴 스크립트 북에 보면, 핵탄두 분리 시뮬레이션을 시작하라고 지시할 때, 이카루스가 "알겠습니다, 캐파. 하지만 한 가지-"라고 말을 꺼내는 데 대고(시뮬레이션의 불완전성을 얘기하려던 거겠죠), 말을 자르면서 "알고 있어.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부탁해."라고 말해줍니다. 아응, 막 기계도 배려해주고 말이에요.

후후, 막 핵탄두실의 바닥에 누워서 어두컴컴하고 볼품없는 높은 천장을 바라보면서 이카루스랑 노닥거릴 캐파씨 막 떠오르구요. 통신기의 마이크는 꺼놓은채로, "이카루스, 메이스는 날 정말 싫어하는 것 같아." 라던지(ㅋ) 아놔- 정말 상상돼, 어뜩해(ㅋ) 물론 이카루스는 그런 상담에 전-혀 효과적으로 응해줄 순 없겠지만, 깔깔깔. 뭐, 동문서답이라도 해줄지도 모르고, 혹은 캐파씨가 내가 이런 얘길 하거든 이렇게이렇게 대답을 해줘, 하고 입력을 해둘지도 몰라요(ㅋ) 개인적으론 캐파씨가 이카루스의 대화 시스템을 조금은 향상시켰다는 데에 한표를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산소 소비량을 체크해달라는 주문에 "You are dying. All crews are dying."이라고 대답할 리 없을 거에요. 그렇지 않나요! 정말 이 부분의 이카루스 목소리는, 뭐랄까, 기계일 뿐인데(물론 실제론 여자 배우분이 연기했습니다만), 단순한 사실을 말한다기 보다는, 자신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데도 그래도 조금은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듯한 목소리랄까. 기계가 감정을 가질리는 없겠지만요. 그치만 그렇게 들리는 거에요ㅠ_ㅠ

흙. 이래서 배드엔딩은 나쁜 거에요. 모두 죽어버리는 건 나쁜 거라구ㅠ_ㅠ
(그치만 역시 '코어'에서처럼 딸랑 둘만 정말 살아돌아왔다면, 역시 그건 좀 아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