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07-05-12
http://gamm.kr/72 대니 보일, 선샤인, 영화

처음 선샤인 보러 갔을 때에는 네이버 플래시 광고에서만 딱 보고, 감독이 대니 보일이라는 것 정도, 그리고 그 플래시 광고에 나왔던 태양 컷 몇 개, 그리고 그 플래시 광고에 나왔던 대사 한 개 - 핵탄두실에서 이카루스와 대화할 때의 캐파씨 대사였죠, "4명밖에 없어, 메이스, 캐시, 코라존, 나." "아닙니다, 5명입니다." - 이 정도만 알고 갔었기 때문에- 사실 캐파씨 역의 킬리언 머피씨도 얼굴을 보곤 '28일 후'의 주인공씨네-라고 기억은 했지만, 이름은 모르고 있었더랬지요(ㅋ)

사실 헤어 스타일은 '28일 후'쪽이 더 취향(ㅋ) 거기선 중간에 머리 밀고 나오시니까요. 이분도 꽤 박박 민 머리가 어울리십니다:D 마른 체형이긴 한데, 막 뼈만 남고 그런 것도 아니고, 적당히 근육도 있어서 더더욱. 단지 좀 흠이라면 키가 작은 정도? 그것도 '28일 후'와 '선샤인'에서는 별로 눈에 띄지도 않았지만요. ('나이트 플라이트'나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작은 게 확실히 보이더람;)

그래도 뭐랄까, 캐파-라는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연기를 해주셨달까 뭐랄까. '28일 후'에서도 전혀 앞뒤 문맥 없이,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없어져 있었다"라는 심정의 짐씨를, 그의 변해가는 모습이라던지, 심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그 때문에, 대니 보일 감독은 똑같은 작가의 비슷한 이야기의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적합했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싶구요. 아무래도 '선샤인' 영화 자체도 앞뒤 문맥 없이 난데없이 태양 앞에까지 날아가 있는 우주선에서 짧은 기간 안에 벌어지는 일만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물론 '28일 후'의 일은 바이러스가 처음 생긴 건 어찌됐든 일단 바이러스가 퍼지고 사태가 그렇게 치닫게 된 건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지만, '선샤인'은 태양이 어찌 죽어가게 됐든, 이카루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게다가 1차 프로젝트가 이미 있었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이카루스 II의 멤버들은 이미 1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주를 날아 태양 앞에까지 온 거죠. 하지만 그 동안에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전-혀 말해주지 않은 채로, 영화는 난데없이 시작하고, 또 이야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그 동안의 있었던 일들이나 캐릭터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없이 잇다른 우발적인 사고로만 진행되지요. 사실 그거 참 뭐시기한 방법이긴 한데, 어쨌거나 그 와중에서도 캐파씨 캐릭터를 잘 표현해주신 것 같다는 겁니다.


비하인드 스토리에는 풀네임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화 처음 시작 부분의 나레이션에서 풀네임이 언급되지요. 로버트 캐파(Robert Capa)입니다. 로버트-라니, 으음, 하고 생각했는데,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실존 인물 중에 '로버트 캐파'가 있더군요? 물론 이것이 갈랜드씨가 의도한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로버트 카파, 전설적인 종군기자랍니다. 뭐, 5월 26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사진전도 하고 있긴 하지만; 난 이 사람 몰랐고; 궁금하다면 http://blog.naver.com/bravoyoon/20036634598 이곳의 포스트 참조. 그가 찍은 사진들도 있군요. 그리고 그의 이름을 본딴 '카파이즘(Capaism)'이라는 단어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는 기자 정신'을 뜻한다고 합니다. 아아, 그렇죠, 그 종군 기자님들,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도 그 엄청난 사진을 찍어대시는 분들, 재난 영화에서도 한두명씩은 꼭 등장하는 카메라맨님들- 에, 그런 거였군요.


음. 선샤인 영화를 처음 볼 때, 캐파씨가 지구로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요, 이 캐파라는 캐릭터는 꽤나 '히어로'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요. 물론 실제로 '히어로'인 것은 아닙니다. 아, 뭐, 끝까지 핵탄두를 사수해 폭발에 성공해서 태양빛을 되찾는 것으로 끝나긴 했지만. 글쎄요, 뭐랄까, 이 캐파라는 캐릭터 자체가 흔히 말해지는 '영웅 심리'를 가진 캐릭터는 아니라는 거죠.

이런 생각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곤 더 분명해졌는데요, 캐파씨는 이카루스 멤버 중 유일한 민간인입니다. 군 경험은 커녕, 우주선을 타본 일도 없고, 이런 장기간의 우주 여행을 해본 적도 없고, 더더군다나 전 인류의 미래가 자신의 손에 달렸다는 그런 압박도 예전에는 받은 적이 없겠지요.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논문을 써냈을 거고, 그것이 인류의 희망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영화 안에서 캡틴이 사고로 죽고 트레이씨도 자살 위기에 처했을 때에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핵탄두실로 가죠. 그리고 그곳으로 찾아온 캐시가 묻죠. "우린 모두 죽을 거야. 무섭지 않아?" 그가 대답합니다. "아니, 난 무섭지 않아." 하지만 캐시는 그렇지 않죠. "난 무서워."

트레일러에도 저렇게 편집되어서 나온 대사입니다. 캐파씨는 결국 끝까지 살아남아 폭탄을 터트려 임무를 성공시킵니다. 하지만 핵탄두실에서의 캐시양과의 대화에서, 그가 자신은 무섭지 않다고 말하던 과정을 보면 조금은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죠. 캐시양이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곧바로 무섭지 않다고 말한 게 아니라, 대신 자신의 이론이 녹아들어간, 인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행성 폭탄(Stellar Bomb)이 폭발하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을 거야. 하지만 어느 순간 번쩍하고 빛이 생기고, 그 빛은 두개로 나눠지고, 또 두개로 나눠지고, 또 두개로, 계속 그렇게 늘어날 거야. 그리곤 작은 빅뱅이 일어나는 거지. 죽어가는 태양 대신,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거야. 무척 아름답겠지. 아니, 난 무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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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파씨가 말한 최초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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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늘어난 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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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m not scared."

물론 임무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모든 관계자가 예상한 것과 같이, 폭탄 분리도 성공하고, 무사히 귀환 시도에도 성공해, 16개월 후에는 지구로 돌아가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슈퍼컴의 시나리오 신뢰도마저도 50%도 안되는 임무, 사고로 캡틴까지 목숨을 잃은 상황, 그리고 그 장면을 다른 크루들처럼 모니터로가 아닌 직접 바깥에서 목격한 캐파씨가, 정말로 '무섭지' 않았을까요? 그렇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핵탄두실로 온 것이겠지요. 자신이 가장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 이미 지구에서 수도 없이 검증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았음에 틀림없겠지만,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뭔가를 계산하고, 테스트를 하고, 시뮬레이션의 그 아름다운 장면을 보곤 하는 거겠죠. 뭐랄까, 일종의 현실 도피-랄까. 아니, 물론 '현실'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겠지만, 자신들이 죽을 것도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확신하고 싶어지는 거랄까. 자신의 폭탄(My Bomb)이 인류에게 밝은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기를. 자신에게도, 모든 이카루스의 크루들에게도.

이카루스 I과의 도킹이 강제로 해제되는 사고로, 5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자살한 트레이씨를 발견하고 메이스씨에게 심한 말을 들은 이후에도 캐파씨는 핵탄두실에서 또 뭔가를 열심히 계산해대고 있습니다. 그 나름대로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집중하기 위한 은신처이기도 한거죠. 그곳에서의 이카루스와의 대화. "캐파, 당신은 죽어가고 있어요. 다른 크루도 모두." "알아. 핵탄두 분리 지점까지만 살아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 캐파씨의 대사는 항상 이런 식입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그런 기분이지 않나요? 살아 돌아가지 못해도 좋아, 임무를 성공시킬 수만 있다면, 인류를 구해낼 수 있다면. 뭐, 이런 기분의 '로버트 카파'인 것일까요?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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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Mom and Dad, I hope you're proud of your son. Saving mankind, and so on."

후후. 영화 초기에 지구로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에서도 말하지요. "Well, Mom and Dad, I hope you're proud of your son. Saving mankind, and so on." 하지만 16개월 전, 지구를 출발할 당시와, 통신 불가능 지역에 진입하기 직전에 보낸 메시지에서와, 캡틴이 죽고 난 이후와, 핀베커의 출현으로 임무의 성공 여부마저도 불투명해진 때와, 캐파씨가 곧잘 말했을 것 같은 저 문구, "Saving mankind"라는 저 문구가 과연 캐파씨에게는 동일한 의미로 줄곧 받아들여졌을까요? 첫번째 프로젝트에는 나이가 어려서 참가하지 못했다고 하는 걸로 미루어, 7년전에 최대 20세, 현재는 최대 27세, 군경험도 없고, 7년 동안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지냈을 법한 물리학자입니다. 생사의 기로라곤, 느닷없는 교통 사고 현장 밖에는 없었을 평범하게 살아온 그에게 'Saving Mankind'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그런 게 어떤 일이 될지 구체적으로 상상이나 될까? 얼어붙은 새하얀 지구가 다시금 푸른 색으로 되돌아가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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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수 없으니까, 답장은 보내지 않으셔도 돼요. 무슨 말씀하실지도 잘 알고 있구요."

통신 불가능 지역에 들어서서 이제는 귀환 전까지는 지구와의 모든 통신이 단절되고 이카루스 크루 8명만이 고립되는 시점에, 메이스씨와 대판 싸울 정도로 통신실을 차지하고 있었던 캐파씨입니다. 담담한 듯이 '답장은 보내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표정은 묘하게 굳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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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빛은 8분만에 닿으니까, 우리가 성공했는지 바로 알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결국 그가 말을 맺는 것은, 태양이 되살아나는지 지켜봐달라는 거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신 태양빛이 쏟아져내리고 있다면, 자신들이 성공한 것이라고. 그는 항상 이런 말만 합니다. 임무가 성공하는 장면, 폭탄이 성공적으로 폭발하는 장면, 그러면서 말하지요. "난 무섭지 않아." 하지만 전혀 웃지도 않는 그 표정 속에서 느낄 수 있다구요. 약한 소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도망칠수도, 피해갈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마치, 떠오르지 않나요? '28일 후'의 짐씨의 모습이(ㅋ) '영웅'도 뭣도 아닌, 그저 평범한 뿐인 한 사람이, 변해가는 모습을,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 결국엔 용기로 맞서 싸우는 모습이랄까- 에어락에 갇혀서 메이스씨가 문을 열어주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 때에도 결국 메이스씨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는 어떻게든 에어락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내고 핵탄두를 분리하러 갑니다. -뭐랄까, '영웅심리' 그런 거 보다는, '강한' 사람이구나- 라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그 강함의 이면에는 '이상주의'적인 기분이 든달까요. 보일씨의 기분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렇게 찍었겠죠. 실제로 핵탄두가 폭발할 때의 장면. 캐시양과의 대화에서 말했던 것처럼, 그 빛들이 무수히 많은 수로 분열되는 그 장관을, 실제보다 더 느리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슬로우 모션인 것도 아니고, 캐파씨는 정상 속도로 움직이고 있죠. 폭발 직후의 그 열과 빛, 그리고 태양의 열과 빛이 밀려드는 장면도 그것이 현실인 것은 아니지요. 실제로는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났을 것임에 틀림없고, 그 폭발의 한가운데 있었던 캐파씨도 그것을 정상적으로 목격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캐파씨가 늘 말해오던 그런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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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을 기동시킨 후. "Please,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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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파씨가 말했던 대로, 분열되는 빛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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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에 휩싸인 캐파씨. 자신이 이곳에 있을 예정은, 원래는 없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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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에 휩싸인 캐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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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폭발. 그와 함께 밀려드는 폭발열과 태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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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파씨의 앞에서 멈춥니다. 이글대는 태양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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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가져다대는 캐파씨.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장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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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와 밀려드는 열로 나뉘어진 모습.

이 폭발 장면, 그리고 그 이전의 핵탄두실이 태양으로 추락하는 장면에서의 태양 표면의 이미지들, 그리고 그 이전에도 보여주곤 했던 먼 거리의 태양 이미지들. 이것만으로도 정말 멋진 영화입니다. 사건의 개연성, 과학적인 증거들, 스토리라인의 진행, 난데없는 캐좀비-_-의 등장, 죄다 무시해버릴 수 있어요. 정말 멋진 영상이죠. 캐시양과 나누었던 캐파씨의 대사가 정말로 머리가 아니라 이 장면들을 보면서 가슴으로 이해가 된달까.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을 거야. 하지만 어느 순간 번쩍하고 빛이 생기고, 그 빛은 두개로 나눠지고, 또 두개로 나눠지고, 또 두개로, 계속 그렇게 늘어날 거야. 그리곤 작은 빅뱅이 일어나는 거지. 죽어가는 태양 대신,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거야. 무척 아름답겠지. 아니, 난 무섭지 않아."

 

사실 대니 보일 감독은 별로 길게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기'만 할 뿐이구요. '왜'라는 것에 대한 대답을, 정말 어쩜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라고 생각될 정도로, 영화 속에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과학 기술 고문으로 저명한 물리학 박사(맨체스터 대학 교수라던가)까지 초빙한데다, 캐파씨 역의 킬리언 머피씨는 그와 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했다는데, 전-혀 그런 건 나오지 않아요. 국내판에서 잘랐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좀비씬을 자르면 잘랐지, 과학적인 사실을 다루는 부분을 왜 자르겠어? 결국 보일씨, 이딴거, 저딴거, 그것이 오류를 품고 있든 어쨌든, 엄청나게 준비해대놓고, 게다가 갈랜드씨, 비하인드 스토리랍시고 공개할 정도로 캐릭터의 과거라던지, 배경에 대해서 세세히 설정해놓고도, 둘다 작당하고 아무 말도 안하는 겁니다. 단지 정말 '난데없이', 말그대로 '난데없이', 16개월을 우주를 날아 태양 앞에까지 온 8명의 크루들에게 벌어진 일만을 보여줄 뿐이죠. 그리고 단지 태양을 보여줄 뿐이죠. 난 이런 방식도 좀 마음에 든달까 어떻달까. (ㅋ)

그런 시시콜콜한, 응, 시시콜콜합니다, 시시콜콜하죠. 그딴 거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거에요. 미스테리의 이카루스 I도, 맨하탄만하다는 핵폭탄도, 태양이 어째서 죽어가는지, 그딴 거 신경쓰지 말자는 거에요. 대신 상상하는 거죠, 이 맨하탄만한,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폭탄이 터지는 그 장관을, 죽어가는 태양 대신에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그 빅뱅의 순간을, 그러니까, 그러니까 캐파씨는 무섭지 않다는 거에요. 아, 무섭지 않을 수 있겠어요? 지구로부터 1억 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서 죽어버릴텐데, 무섭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딴 거 신경쓰지 말라는 거에요. "그건 분명 아름다울 거니까."

보일 감독은 그런 의도에서, 이전 '28일 후'에서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표현해준 킬리언 머피씨와 다시 손을 잡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나 보일 감독 인터뷰나 머피씨 인터뷰 같은 건 보지 않아서 상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분명 캐파씨 역의 킬리언 머피씨는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는 거, 그건 분명한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