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07-05-03
http://gamm.kr/71 선샤인

인물로는 빠지지 않습니다(ㅋ) 스크린으로 보면 어쩐지 프렌즈의 그 누구씨 오라버님(아놔, 대체 이름들이 생각이 안나;)을 연상케 합니다; 말투도 그렇구요. 키도 크시고, 오피셜의 프로필에도 나와있지만, 8명의 크루 중에서 꽤나 체격이나 건강면으로 좋은 편에 속합니다.

뭐, 선샤인 두번째 볼 때까지는 캐릭터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지 못한 상태였었구요, 그래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맨 처음 볼 때와 세번째(캐릭터 비하인드 스토리를 본 후) 볼 때는 이 하비씨에 대한 감상이 아주 달라지는군요.

놀란 부분은 두 군데입니다. 바로 트레이의 업무를 '동등한 수준'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하비씨의 능력과 아내에 대한 애정 부분(ㅋ) 사실 능력은 둘째치고, 부인님에 대한 이 사무칠 그리움은 영화 안에서는 전-혀 표현되지 않아요. 내가 놓친 것일지도 모르지만, 세번이나 봤는데, 아무래도 부인님에 대한 언급은 없다구. 사진도 나오지 않구요, 그런 비슷한 대사도 없어요. 맨 처음에 봤을 때는, 능력이 있는지도 어떤지도 모르겠고, 소심한데다, 어떻게든 저혼자 살겠다고 바둥거리는 사람으로 보였다고-_- 아아, 미안해요, 하비씨. 그 이상한 불빛이 당신이 발명한 통신 시스템이라는 것도 몰랐구요, 당신이 그렇게 살아남는 것에 집착한 게 부인님 때문이라는 것도 미처 깨닫지 못했어-

이게 다 불친절한 대니 보일씨 때문이야! (혹은 소심한 알렉스 갈랜드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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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씬입니다. 맨 처음 보았을 때에는 8명의 크루 중에 하비씨가 유일하게 머큐리에 관심 없어 보였습니다; 옆에 있는 완전소중 캐파씨랑 너무 대조되잖아요- 그런데 캐릭터 비하인드 스토리를 일단 본 상태에서 다시 보니까, 불친절하신 감독님의 수줍은 배려랄까- 막 느껴지는 거 있죠(...) 아, 한번에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해 해야 하는거야? 아니면 감독, 당신이 너무 불친절한거야?!

이카루스 I의 신호를 포착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메이스씨가 딴지 걸지만(ㅋ), 우주 음악Space Music이라는 것이 있죠. 이 통신 담당의 유능하신만큼 감수성도 풍부하신 하비씨는 이 우주 음악에 심취해계셨던 겁니다. 머큐리씬의 배경 음악을 실제로 이카루스의 크루들이 듣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이 장면을 다시 보면서, 아- 하비씨, 이 음악을 듣고 있는 거구나- 라고 느껴버렸달까! 아아, 보일씨, 너무 함축적이야, 너무 불친절해, 그러니까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거라고- (랄까, 해외에서는 수입이 어땠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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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머큐리씬의 직후에는 이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앞쪽에 그린톤으로 보이는 빛이 바로 하비씨가 발명했다는 Light Box입니다. 레이저 빔 같아요. 맨 아래쪽 캡춰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우주 공간에 울리는 음악을 들으시는 하비씨(...) 미안, 내가 오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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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문득,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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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I의 신호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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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또렷하게 듣기 위해 Light Box 안으로 머리를 들이미-_-시는 하비씨. 실제로 영화상에서도 더 크고 또렷하게 소리가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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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실 전경. 오른쪽에 하비씨가 있네요. 가로로 굵은 녹색의 빔이 쏘여져 있는데, 그 안에서 주변 환경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 걸 발명하셨다니- 대단(ㅋ)

가장 살아돌아가길 원했지만,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이카루스 I의 신호를 잡은 것도 하비씨 본인이라는 것이 좀 안타깝지요. 통신 담당이니 뭐 듣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태양을 향해 나아가고 있던 이카루스 II에 변수를 던져준 셈이니까요. 물론 그 때문에 궤도를 수정하겠다는 결정은 캡틴이 했고, 그 결정의 결정적인 조언은 캐파씨가 했고, 그 조언을 하도록 선동한 사람은 닥터 서릴인데다, 캐시양은 잘 했다고 캐파씨를 다독여줬으며, 그 결정에 따라 실제로 궤도를 수정하다 실수를 해버린 것은 트레이씨이긴 하지만- (ㅋ)

결국, 이카루스 I과 도킹하여 내부를 살피던 중에 도킹이 강제로 해제되었을 때, 메이스씨와 닥터 서릴이 주저없이 완전소중 캐파씨에게 유일한 우주복을 입혀 이카루스 II로 되돌려보내려고 할 때에, 거의 막무가내 수준으로 우주복을 벗으라고 다그치지요. 캡틴이 그전에 죽어버려서 부캡틴이었던 자신이 캡틴을 맡고 있었는데, 그 권한의 명령이라고까지 합니다. 순순히 그러겠다고도, 혹은 그러지 않겠다고도, 확실히 말할 수 없는 캐파씨를 대신해서 메이스씨가 별안간 문득 대안을 생각해내서 넘어가나 싶더니, 이번엔 다른 문제로 한 사람이 이카루스 I에 남아야 하는 상황이 연속해서 발생. 또 결국 그 상황에서 하비씨, 뭐야, 내가 남아야 한다는 거야? 라는 둥의 대사를 날려주십니다(...) 이봐요, 죽은 캡틴은 우주선과 당신네들과 핵탄두를 보호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쳤다고- 물론 모든 사람들이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기꺼이 이한목숨바쳐- 라고 할리는 없겠지만. 어찌보면 그게 당연한 반응임에도 불구하고 하비씨의 대사나 행동은 어쩐지 눈쌀 찌푸려진달까. 이봐, 지구의 목숨이 당신네들에게 걸려 있어- 그러니까 좀 영웅적으로 행동해봐- 랄까. 아아, 영화니까요. 그러니까요.

닥터 서릴의 행동이 전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하비씨의 행동이 전적으로 그른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불친절하고, 또 동시에 성격 꼬이신(ㅋ) 대니 보일 감독님은 그딴 식으로 하비씨를 골려준 후에 바로 다음 씬에서 죽여버리셨지만-_- 후, 이건 작가님인 알렉스 갈랜드씨의 책임인가? (ㅋ) 뭐랄까, 좀 성격 나쁜 장면이 몇 있지요? 요전 포스팅의 리뷰글에서도 나와있지만, 임무 완수를 위해 누굴 죽일 것인가- 하는 논의 후에 이어진 장면에서는 이미 그 사람이 자살해 있었다던지(결국 논의한 사람들이나 관객들로 하여금 꺼림칙한 기분이 들게 하는), 혼자 살아남겠다고 어거지를 쓰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을 다음 장면에서는 사고사로 죽여버린다던지- 착찹합니다, 착찹하지요. 분명 인류와 지구의 존속을 위해 태양을 구하러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죽어가는 태양이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우리가 우리를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니, 그게 사실인.

글쎄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보고, 세 번이나 본 이 시점에서야 이런 논리가 슬슬 이해가 되고 있달까. (뭐, 아직 난 핀베커의 요란법썩한 등장은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아놔, 감독씨 취향 너무 유별나(ㅋ)) 맨 처음에 보았을 때에는 단지 태양이 멋져서 좋았고, 두번째 보았을 때는 완전소중 물리학자씨와 메이스씨가 마음에 들어서 좋았고, 지금은 영화도, 영화 안의 8명의 크루도 모두 다 흥미가 생깁니다. 뭐, 누군가의 블로그에서는 '8명인데도 한 명을 보는 듯한 밋밋한 캐릭터'라고 한 것도 보았는데, 음,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처음 볼 때도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캐릭터라이징도 괜찮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오피셜의 캐릭터 정보도 뒤적거린 거고.)

사실 맨 처음 봤을 때, 이 하비씨 캐릭터는 너무 매력이 없게 느껴져서, 와- 어떨까,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의 기분은- 이라고까지 생각했더랬습니다. 정말 선샤인 매니아(정도의 관심이 있는 사람)가 아니면 하비씨의 속마음을 알 수 있겠어요? 정말 너무 불친절해, 아니면 정말 내가 놓친 건가? 정말 영화에 그런 일말의 암시라도 있었나? 아니, 나 이번에 다시 보고 올 때, 그래서 하비씨 장면은 꽤 자세하게 보았다구요. 그런 거 없었어! 너무 자세하게 봤더니, 트레이씨가 실수한 장면에서 맨 처음 트레이씨를 비난한 사람이 하비씨였다는 걸 깨달아버렸다고! (...)

제대로 안습, 하비씨. 감독인지 작가인지에게 버림 받아서 그렇게 안습의 최후를 맞이하셨지만, 그래도 부디 부인님 곁으로 가셨길 바래요. (아니, 부인님은 아직 살아계시겠지만.) 부인님은 꽤 미인일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좋아한 여성이라니- 아아, 하비씨, 이렇게 또 심금을 울리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