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22-06-25
http://gamm.kr/1884 사쿠라쨩

극중에 사쿠라쨩이 어쨌든 첫눈에 홀랑 반해서 5년이나 좋아하면서 병원까지 쫓아오긴 했는데 분위기에 휩쓸렸든 뭐든 먼저 뽀뽀한것도 사귀자고 한것도 사귄다고 말한것도 텐도긴 했----지만 쨌든 사쿠라쨩의 태도나 주변 분위기가 엄청 큰 영향을 미친건 사실이니깐. 어 사귀자고 한 것도 그게 말이 좋아 사귀자고 한거지 아니 사귀자도 아니고 사겨준다인데다 말하는 뽄새부터가 너무 싸우자! 태세였잖이모티콘


인라인이미지


그런데 그런 텐도가 사쿠라쨩에게 처음으로 온전히 손을 내밀어 준 때가 바로 이때. 볼링 데이트 한 날 밤.


병원에 첫 출근한 사쿠라쨩이 텐도에게 다짜고짜 좋아한다고 고백한지 세달만. 텐도가 사쿠라쨩에게 다짜고짜 사겨줄게 라고 한지 두달만. 미시간(ㅎ) 사태로 의기소침해진 사쿠라쨩 마음 잡아준지 한달만. (뭐 대충의 시간대가 그렇다는거)


인라인이미지


사쿠라쨩을 사이에 두고 대놓고 시비터는 카미조에게 폭행 혐의로 고소까지 당하고 결국 안리의 수술에서도 제외된 직후. 모든 환자가, 그 카미조마저도 소중하지만 안리는 텐도에게 더없이 중요한 의미인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거고 그 충격도 적잖았을텐데. 수술에 들어가지 못하는 대신 사소한 것 하나하나 수술에 도움이 되든 그렇지 않든 진료 기록에 의견을 추가하고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는, 아무도 남지 않은 늦은 시각의 어두운 의국실에서.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때 텐도가 사쿠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깨달은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인라인이미지

"나는요, 선생님이 정말 좋아요."


저 어린 안리마저도 텐도를 위로해주면서 했던 말. 의국실에서 혼자 안리의 기록만 바라볼 수밖에 없던 그때에 안리가 했던 이 말을 떠올리는데, 그리고 그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아이가 보고 싶다고. 사쿠라가 보고 싶다고. 안리의 웃는 얼굴과 아무 숨김도 꾸밈도 의도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웃는 그 눈동자를 떠올리면서, 어쩌면 처음으로 사쿠라 생각을 떠올렸으면-하고 생각했어. 정말로 어쩌면 처음이 아닐까?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불쑥불쑥 예기치도 않은 곳에서 튀어나와서 잔뜩 당황할만한 상황을 만들어내서 신경쓰이고 눈에 밟혔을지는 모르지만, 보고 싶다-라는 마음, 단지 신경쓰여서, 좋아해서, 설레어서, 그런 것보다 이런 상황인데도, 도저히 그 아이에게 신경을 쓸 그런 때가 아닌데도, 그저 보고 싶다-라는 마음. 그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라는 마음. 무슨 말을 해도,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 커다란 마음을 통째로 건네주는 그 아이가 보고 싶다-라고. 그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


인라인이미지


그 어느때보다 지친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사쿠라 집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서있지 않았을까. 이 문을 두드리면, 그 아이가 나와줄텐데. 반겨줄텐데. 언제나처럼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 시퀀스 어디에도 그런 내색은 없었지만. 저 불꺼진 집에 들어가기 전에, 사쿠라 집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서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


인라인이미지

인라인이미지

인라인이미지

 

그리고 그렇게 굉장히 지친채로 집에 들어온 텐도가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았을 때 정말 그렇게 환하게 웃어 반겨주는 사쿠라쨩이 있었단 말이야이모티콘


정말로 난 이때, 이날 밤에, 텐도가 자기 마음을 온전히 깨달은 것 같다고. 그전까지는 떠밀리듯 휩쓸리듯 그렇게 넘겨왔지만 뭐 그렇잖아? 말하자면 "그렇게 됐다" 라는 식의 그 마음을 제대로 깨달은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 처음에는 사쿠라쨩이 온마음으로, 그리고 키스기와 다른 주변인들의 소소한 개입에, 미오리의 등장, 카미조의 방해까지, 어쩌면 처음에는 느닷없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럼에도 차곡차곡 쌓아올려진 그 마음이,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커다래진 그 마음을 제대로 깨달은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


인라인이미지

인라인이미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이모티콘


미오리의 일 이후로 부쩍 가까워졌다고 해도 분명 지금 이 아이는 텐도 자신의 일 때문에 일부러 이런다는 게 눈에 보이잖아. 자신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도 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들었을테고 자신이 어떤 기분일지 이 아이가 알고 있을 거라는 걸 텐도 자신도 알고 있으니까.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찾아가 손내밀지 못한 자신에게 보란 듯이 웃으면서 찾아와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저 웃는 얼굴에 고개 돌려버릴 수 있겠냐고이모티콘


인라인이미지


그래서 이제서야 손을 내미는거야. 자그마치 8년이나 꾹꾹 눌러 멈춰놓은 심장을 꺼내 이 아이에게 건네려는 거야.


인라인이미지


그런데 정말 공교롭게도 이날은 사쿠라쨩이 텐도를 떠나기로 마음 먹은 날. 텐도가 조금만 더 사쿠라쨩을 살폈다면, 자신의 감정에 조금만 덜 휘둘렸다면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혹은 그랬대도 여전히 알아차릴 수 없었을까?


그 텐도 선생님이 처음으로 내민 손을 저러고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사쿠라쨩의 마음을 생각하면 정말이지이모티콘


인라인이미지


어쩌면 좋겠냐 이말이다이모티콘


인라인이미지


그리고 나는 이때가 텐도가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순간이었으면- 한다. 그전에 사쿠라에게 심한말을 해댔던거나 다짜고짜 뽀뽀하고 사귀자고 했던거나 미오리의 일 같은거는 다 잊어도 이날의 일만큼은 두고두고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런 일이었으면 한다. 물론 그뒤에 잠수탄 사쿠라를 찾아 고향집까지 가기도 했고 사고를 당해 3일만에 깨어난 사쿠라에게 처음으로 좋아한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고 공항에서의 프로포즈도 있지만(ㅎ) 이후에도 이따금씩 마음 한구석 무겁게 눌러대는 그런 기억이 바로 이날의 기억이었으면- 그래서 다시는 이렇게 되지 않겠다고 사쿠라를 이런 상황에 처하게 두지 않겠다고 그렇게 마음 잡는 텐도가 보고 싶으니깐. 이날 저 내민 손을 당연하다는 듯이 맞잡아주면서 지난 5년 동안 선생님 생각하면서 불렀다는 그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사쿠라에게서 전혀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으니깐. 당연히 이 아이는 언제나 그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아니 그런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을테니깐. 단지 자신의 일들만이 머리 속에 가득해서, 자신만 생각한 그런 순간이었을거니깐. 그걸 아니깐.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딱 저날(전날부터)이 텐도에게는 굉장한 전환점이 된 그런 날 같아서- 물론 그전에 미오리의 등장 덕분에 그 자체만으로도 꽤나 마음을 정리하게 된 계기가 있긴 했지만 뭐 어쨌든. 그왜 카미조랑 얘기할 때라던가 사쿠라네 아버지랑 얘기할 때라던가 딱 이즈음 얘기를 하는 것 같고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