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16-05-20
http://gamm.kr/1623 캡틴 아메리카

사실 난 코믹스 쪽은 퍼벤저 개봉 당시에 잠깐 관심을 가졌었는데 원체 거긴 역사도 오래되고 무엇보다 작가가 다 버라이어티하니깐 그림체가 맘에 들었다 말았다 하기도 하고(ㅎ) 아이패드로 디지털 카피도 꽤 사보기도 했는데 역시 딱히 코믹스 쪽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러게 난 "캡틴 아메리카"가 좋은 게 아니라 "에반스 캡틴"이라서 좋은 거고, "아이언맨"이 좋은 게 아니라 "사장님"이라서 좋은 거니깐이모티콘


그래서 코믹스 쪽의 시빌워 이벤트에 대해선 개뿔도 모른다는 이야기. 뭐 이래저래 들리는 말을 보면 굉장히 코믹스쪽과는 다른 전개를 보인 것 같지만요. 애초에 코믹스와는 별개인 세계관으로 진행되고 있던 영화판이니깐- 코믹스 원작의 극장판-이런 게 아니라 코믹스는 코믹스고 영화는 영화인 정도니 뭐(ㅎ) 개인적으론 별로 상관은 없는데, 그런 점이 불만인 코믹스 팬들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어쨌거나. 내안의 시빌워는 그런 코믹스의 배경과는 전-혀 무관하게 자리잡음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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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맨마지막 시퀀스 굉장히 좋았다. 도망갈 방법을 잃은 버키가 결국 전력으로 아이언맨을 상대하다 하이드라가 이식한 윈터솔저의 기계팔을 잃고, 그런 버키를 지키기 위해서 아이언맨의 아크리액터를 쉴드로 깨부수는데 성공한 스티브. 그리고 그 등에 대고 방패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토니.


The shield doesn't belong to you.

You don't deserve it.

My father made that shield.


마지막 대사가 자막으로 보면 한없이 찌질하기 짝이 없는데(ㅎ) 그래서 저 대사 자체를 오해한 토니팬분이 저걸 또 트집 잡아서 캡틴을 까대는 것도 보았지. 뭐 웃기지도 않으니깐 넘어간다.


시빌워 전체적으로 토니랑 캡틴의 대조적인 모습이 종종 드러나서 말이에요. 어벤저스 때 처음 맞붙은 두 캐릭터가 사장님쪽은 뭔가 되게 프리하고 쿨하고 굉장히 하이테크인 반면에 캡틴쪽은 엄청 고지식하고 딱딱한데다 되게 올드하게 표현되어서 꽤 대조적으로 보였었는데, 시빌워에서 두 사람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캡틴쪽은 뭔가 꽤 경험도 많고 자격도 있는 성인이라면 토니쪽은 어른인척 하는 사춘기 남자아이 같은 느낌이랄까. 이미 모두 겪어온 어른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반항하고 고집을 부리고 집착을 하고 하지만 그게 정말 세상에서 한없이 진지하고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인 거죠 본인에게는. 아직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토니라니- 정말 우리 사장님 삽질은 아이언맨 2편에서도 3편에서도 많이 하지 않았냐는. 왜 캡틴 무비에까지 와서 삽질을 하게 만들어요 마블 이 개갞끼들아 이러니깐 내가 사장님 편을 들 수가 없잖아. 캡틴 편 들기도 벅차 죽겠다고!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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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키를 부축해 일으켜세우던 스티브는 "You don't deserve it."이라는 말에 발걸음을 딱 멈춥니다. 멈춰선 스티브 표정 너무 좋아요이모티콘 마치 저 공항에서 토니가 억지를 쓰듯이 버키를 내놓고 포기하라고 외칠 때에 어딘가 먼곳을 보듯이 고개를 돌리던 때의 장면과도 겹쳐보이고요. 뭔가 굉장히 생각이 많은 듯한 그런 장면. 캡틴 무비에서 스티브의 심정이나 태도가 직접 말로 표현되는 장면들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퍼벤저 때 스키니 스티브 때부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일이 옳은 일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항상 명황하게 두눈 앞에 보고 있었던 듯한 그 스티브였는데 말이에요. 윈솔에서도 다소 보여졌지만, 시빌워에서는 좀더 캡틴이, 스티브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소속되어 있는 곳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고 피로해한다는 게 갈수록 더 여실히 드러난달까. 공항씬에서도, 딱 저 장면에서도 그런 기분이 느껴져서-


거기다 대고, "You don't deserve it."이라니- 캡틴이 그리고 방패를 내던지기 직전의 그 제스쳐도 말이죠이모티콘 그순간만큼은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그런 기분이라- 더이상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그런 기분이 든달까. 정말 종종 보여지는 에반스 캡틴이라서 좋은 그런 표정과 몸짓이었달까(ㅎ)


아이언맨 3편에서 메카닉을 강조하면서 가슴에 박아둔 아크리액터도 떼버리고 다시금 토니 스타크로 돌아가는 그런 전개와 엔딩도 썩 괜찮긴 했지만, 그래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전체가 아닌 아이언맨 시리즈만으로 보면 좀 말랑한 감이 있는 그런 엔딩이기도 했는데요. 정의를 위해서 싸우기 위해 별 말도 안되는 실험도 감수하고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쳤던 스티브가 결국엔 자신의 친구를 선택하고 그 상징과도 같던 방패를 손에서 놓아버린다- 더이상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다-라는 엔딩. 뭔가 굉장히 그 방패가 떨어지는 그 무게감만큼이나 무겁고 심장을 탁 하고 짓누르는 듯한 그런 엔딩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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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처음 봤을 땐 버키 팔 잃은 직후에 캡틴과 아이언맨의 충돌씬이 대단한 클라이막스라서 거기에 눈을 뺐겼지만, 보면 볼수록 그 직전의 버키가 아이언맨의 아크리액터를 부수려는 시퀀스가 더 마음에 들어요. 그 시퀀스 음악도 어마어마하다. 정말 보면 볼수록 심장이 쪼그라듬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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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딱 요장면 버키도 너무 눈에 밟힘이모티콘 초등장 때 신문가판대 쳐다보던 장면이랑 1991년 영상을 보는 토니를 쳐다보던 장면이랑 요장면 버키랑 너무 짠해서 볼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프뮤이모티콘 스티브 손을 잡고 일어서면서 흘깃 하고 올려다보던 표정도 너무 좋으뮤이모티콘


버키는 토니의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스티브가 그 온갖 상념들이 스쳐지나가는 그런 표정을 지을 때에 버키는 딱히 스크린에 그 표정이 잡히진 않아요. 그저 스티브의 어깨에 팔을 둘러 기대 선채로 고개를 숙이고 스티브를 재촉하지도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다만 그저 그렇게 기다리고 서 있을 뿐이에요. 과연 자신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캡틴 아메리카를 없애 버려도 될 만한 가치가 있는가. 거리의 그 수많은 사람들 틈 속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을 쉽게 눈치챌만큼 그만큼 온신경을 곤두세우고,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해도 자신의 손으로 죽인 모든 이들의 영혼을 그 어깨 위에 짋어지고 있고, 그래서 더더욱 쉽사리 미안하다는 말도, 용서를 구할 수도 없는데. 과연 자신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물론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요. 퀸젯에서 내리기 직전에 마치 옛날처럼 가볍게 농담을 하며 서로 어깨를 두드려주던 것처럼, 그저 브루클린 출신의 친한 친구 스티브와 버키였으면. 그냥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그랬으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겠지이모티콘


하워드 스타크 본인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좀 했었는데(ㅎ) 아이언맨의 파파스타크라면 굉장히 캡틴에게 화를 낼 것 같지만 퍼벤저 때의 파파스타크를 생각하면 또 그렇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ㅎ) 아니 난 그냥 아이언맨의 파파스타크와 퍼벤저 때의 파파스타크는 너무 분위기가 달라서 같은 파파스타크인 것 같지가 않다(ㅎ) 뭐 사람은 늙으면 누구나 꼰대가 됩니다? (ㄲ)


아 그 1991년 영상에서 하워드 스타크가 버키를 알아보는데 난 그게 너무 미스테리임. 물론 버키가 캡틴의 가장 친한 친구이고 같이 하울링 코만도스로도 활동했으니깐 그 당시의 파파스타크가 장비며 뭐며 지원을 많이 해줬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봐야 같이 지낼 수 있던 시간은 고작 몇개월 밖에 안되고 그 몇개월도 매일 같이 얼굴 보고 지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로부터 45년이 넘게 지난 1991년. 12월. 그것도 늦은 시각. 느닷없이 교통사고 당했는데 그 상황에 버키를 알아본다고? 애초에 버키는 2차대전 복무 당시와 윈터솔저 때는 스타일리스트부터가 다른데? (ㅎ) 뭐 버키는 옛날 얼굴 거의 그대로니깐 좀더 알아보기가 쉬울 수도 있긴 했겠지만, 그래도 그건 좀 아닌 듯이모티콘


어쨌거나.


방패가 캡틴 아메리카를 만드는 건 아니니깐 그리고 어벤저스로 또 한번 다시 뭉쳐야 하기 때문에(ㅎ) 사장님과 스티브는 어정쩡하게 둘다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화해하겠지(ㄲ) 아니 그전에 페퍼만 돌아와도 사장님은 버키도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빌워고 뭐고 그냥 사장님은 페퍼랑 헤어져서 정서 불안에 시달리는 거 같음(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