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16-05-10
http://gamm.kr/1616 캡틴 아메리카

코믹스 안봐서 초인등록법 때문에 시빌워 일어난 거 외에 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시빌워 시놉에서도 초인등록법을 언급하기도 했고, 개봉 전에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꽤나 팀캡틴과 팀아이언맨으로 마블 팬덤 자체를 구분하는 그런 이벤트나 분위기도 상당했었죠. 사실 그래서 시빌워 개봉일을 꼽고는 있긴 헀지만, 딱히 막 두근두근하면서 기다렸던 건 아닌데- 그렇잖아 아 자꾸 캡틴 무비에 딴놈들 좀 끼어들지 말라고 쫌- 이런 기분이었달까? (ㅎ)


그런데 정작 본편에서는 초인등록법 따위 언급되지도 않았고, 소코비아 협정은 일단은 어벤저스 대상이고. 물론 시빌워 초반에는 캡틴과 다른 어벤저스들 사이에 대립각이 있긴 했지만, 공항에서의 그 시빌워는 딱히 소코비아 협정 때문만인 것은 아니잖아요?


소코비아 협정 얘기가 나온 며칠 후에 페기언니의 장례식이 런던에서 있었을 거구요. 같은 날 비엔나에서 소코비아 협정을 위한 UN 컨퍼런스가 열렸고 폭탄 테러. 버키를 잡으러 간 것은 빠르면 그 다음날. 루마니아에서 베를린으로 이송. 같은 날 UN에서 파견한 정신과 의사로 위장한 지모가 버키를 다시 윈터솔저로 부활. 스티브가 버키를 저지하고 동시에 빼내어서 시베리아의 일을 듣게 된 것도 같은 날. 미국에 있는 클린트에게 연락해서 완다와 앤트맨이 베를린으로 날아왔을 거고요. 그 다음날 공항에서 합류해서 토니측과 전투. 그리고 퀸젯으로 시베리아로 날아가게 되죠.


요는, 소코비아 협정건을 가지고 제대로 논의를 해볼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다는 얘깁니다. 그저 토니에게는 절대 이따위 협정에 찬성하지 않을 게 뻔한 "캡틴 아메리카"라는 거죠.


애초에 토니가 이 협정에 저렇게까지 목매게 된 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에요. 아이언맨 원편의 토니 스타크를 생각해본다면 절대 이런 협정에 순순히 찬성하고 나서진 않았을테니까요. 나타샤가 퓨리에게 보고하기도 했었죠. 어벤저스에 토니 스타크는 추천하지 않는다고(ㅎ) 굉장히 똑똑하고 자신만만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런 사람이니까요 토니 스타크는. 굉장히 그 본인도, 가까운 사람들도, 전혀 그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대중들까지도 토니 스타크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그저 보통의 한 사람일 뿐이에요. 전혀 실패라는 건 모르기 때문에 그이후의 좌절감이나 책임감 같은 것도 사실은 겪어본 적도 없고, 그런 자신이 쫓아가기에도 한없이 커보이고 멀어보였던 아버지와의 관계라던가, 다소 일찍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모님의 사고라던가- 1편에서 납치를 당하고 그 자신의 능력으로 탈출을 해와서 그야말로 역시 토니 스타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였어도 돌아온 첫날에 토니는 기자회견장에서 무기 관련 사업을 아예 접어버리겠다고 했거든요(ㅎ) 스타크 인더스트리라는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최신 무기들이 버젓이 테러리스트들에게 사용되고 있는 걸 목격한 직후였지요. 어벤저스 1편에서는 팀워크라는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태도로 일관했었지만, 결국엔 어찌되었던 팀으로 치타우리를 막아내다가 정말로 죽을 뻔 했었죠. 정말로 자신의 능력 따위는 전-혀 의미가 없을 정도의 레벨까지 올라가버린 거에요. 아이언맨 3편에서 그 트라우마를 치료하느라 한편을 몽창 다 써버렸는데 울트론에서는 딱히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 때문에 엄청난 사고가 벌어지게 됐고요. 시빌워에서는 페퍼랑 거의 헤어진 듯이 말해지는 걸로 봐선 아이언맨 3편의 초반보다 훨씬 더 그 트라우마의 증상이 심했을지도 몰라요. 죄책감, 자책, 두려움,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그런 감정들이 휩싸여선 MIT 대규모 펀딩 같은 일들을 추진한다 해도 겉보기엔 괜찮은 척 할지 모르지만, 실은 아이언맨 3편 때보다 훨씬 더 심했을 거라고요. 시빌워 내내 토니는 굉장히 위태위태한 모양새거든요. 하지만 그걸 잡아줄 사람이 곁에 더이상 아무도 없는 거에요.


캡틴이 조금쯤은 토니의 그런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었다면 결과는 지모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소코비아 협정이 제시된 딱 그 시점에 지모의 일련의 계획이 시작된 것도 꽤나 공료롭지요. 물론 지모가 그런 다시없을 기회를 놓칠 사람인 것은 아니지만(ㅎ) 게다가 캡틴 입장에서는 페기의 장례식에 버키의 일까지 겹쳐버렸으니- 이쪽도 저쪽도 서로 상대를 이해해줄 여유 같은 건 가질 수 없었을 거에요.


외쿡 반응을 보면 캡틴쪽보다는 토니쪽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좀더 큰 것 같은데, 국내 분위기는 대체 왜 캡틴을 까는 반응이 더 많은지(ㄲ) 아니 다됐고 왜 캡틴 무비 보러 와서 캡틴을 까냐고 이 토니 팬분들아(ㄲ) 토니 엄마 죽인 친구 뒀다고 까이고 그 친구 편들어서 2대1로 토니 다구리까서 까이고 마지막에 토니 찌질하게 만들었다고 까이고(ㄲ)


캡틴이 토니에게 전후사정 설명하지 않고 공항에서 결국 격돌하게 된 것도 까이는 이유 중에 하나인데, 아니 그러니깐 시간이 없잖아 시간이. 소코비아 협정에 대해서 장관이 왔던 그 직후의 미팅 말고 딱히 진지하게 더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었을 거에요. 스티브는 런던으로 와야 했을테니깐. 그래도 그 사이에 토니는 스티브를 설득시켜보겠다고 아버지 유품이라며 유서깊은 만년필을 찾아오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둘 사이에 그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시간적 여유는 거의 없었을 거에요. 게다가 스티브가 없는 사이에 토니는 완다를 보호라는 이유를 내세워 자택감금 따위 해버리기도 했고, 실수로 스티브에게 그 이야기를 흘리는 바람에 또다시 스티브가 화를 내게 되기도 했죠.


그리고 바로 이어진 지모의 계획. 스티브는 아무런 물질적인 증거가 없어도 버키를 믿을 수 있겠지만, 아-무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사실은 이 모든 게 그 가짜 닥터의 계략이다-라는 걸 그 순간에 어느 누가 믿어주겠어요? 게다가 상대방들은 그저 소코비아 협정도 반대하는 스티브가 맹목적으로 UN 테러를 일으킨 "친구"를 구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지 않는데요. 이쪽도 저쪽도 전-혀 상대의 말을 들어줄,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볼 여유가 전혀 되지 않는 거에요.


물론- 캡틴이 클린트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면, 비전에게는 얘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뭐 베를린과 뉴욕이라는 엄청난 거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비전은 좀 이성적인 존재이니깐 좀 합리적인 의심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뭐 일단 그 시점에 아무런 증거도 없고 무엇보다 굉장히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니깐 그리 효과는 크지 않을려나- 공항에서 잠깐 흘리듯이 캡틴이 지모의 얘기를 꺼내긴 하지만, 그걸로는 제대로 얘기를 꺼냈다고는 볼 수 없고. 하지만 그전 수시간 동안에 딱히 연락을 해서 설득하고 할 시간은 없었을 거에요. 결국 그래서 토니쪽에서는 맹목적으로 친구를 구하려는 스티브로밖엔 안보이는 거죠. 협정도 어벤저스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면서 그저 친구 한명, 그것도 하이드라의 암살자였던 적을 구하려는.


지모의 계획에 따라 그런 모든 사단이 벌어진 이후에, 이번에는 넘쳐나게된 증거들로 사태를 파악하게 된 토니는 이번에는 스티브를 도우러 갑니다. 외부의 세력 때문에 무너진 제국은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요! (ㅎ) 그 장관과 토니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나죠. 장관은 단지 어벤저스를 통제해야할 사람이니까 사태의 전말이 어찌되었건 이쯤되면 그냥 다 잡아가둬야 하는 것일 뿐(ㅎ)


그냥 그런 이야기었다면 좋았을텐데. 그저 단순히 지모는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이고 버키는 손쉽게 이용되었을 뿐이며, 잠시 늘상처럼 의견이 맞진 않았지만, 그래도 악을 막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는 캡틴과 아이언맨의 이야기라면 좋았을텐데- (아니 스토리가 정말 저랬다면 좋았겠다는 그런 말이 아님) 하지만 지모는 그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인 것도 아니고 스티브와 토니 사이의 버키는 셋 중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결코 쉽사리 용서할 수 없는, 잊을 수 없는, 치유될 수 없는 그런 과거의 연장선에 서 있는 것이니까요.


출연진만으로는, 그리고 표면적으로 공개된 시놉만으로는 어벤저스 2.5라 불릴만한 이야기이지만, 이건 그저 스티브 로저스와 그 주변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 거죠. 정말로 캡틴 무비에서밖엔 할 수 없는- 팀캡틴과 팀아이언맨으로 나뉘어 서로 깔 필요도 없고(ㅎ) 어느 누구를 지지할 필요도 없고- 어느 누구 하나 승리하지 못하고 전부 피해자로 남아버렸는데요. 내가 그랬잖아요 히어로 무비 주제에 왜 이렇게 슬프고 지랄이냐고이모티콘


아 됐고 그러니깐 캡틴 무비 한편 더 띡어죠 제발 더 찍어죠 버키랑 스티브랑 쫌 행복하게 해주세요 네? 이모티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