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16-05-09
http://gamm.kr/1613 캡틴 아메리카

기억이 좀 났는데. 내가 윈솔을 처음 보았을 때 퍼벤저 때만큼 빠져들진 않았었더랬죠. 포스팅도 처음 보고 온 날 쓴 하나 뿐이고 퍼벤저 이후에 3년이나 걸렸기도 하고 어벤저스 첫편 물론 좋았었지만 캡틴 캐릭터는 아무래도 기대 이하였고 그 이후의 아이언맨 3편은 사장님 내한해서 좋았지만 딱히 그 이전작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래도 버키가 윈터솔저로 돌아온다니 아니 세상에 그런 심장 아픈 시놉이 어디있냐며 조오금 기대를 하긴 했지만, 막상 처음 보고 온 소감은 포스트에 직접적으로 적진 않았었지만, "잘만든" 영화이긴 했죠. 보고 싶은 이야기들은 엄청나게 적었던 게 문제였지이모티콘


개인적으로 난 퍼벤저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 영화의 연출이랑 구성을 굉장히 좋아해요. 퍼벤저는 뭔가 소위 노동요로 틀어놓아도 전혀 거슬리지가 않아요(ㅎ) 뭔가 MTV 무비류 같은 그런 기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퍼벤저 영화 자체의 평가는 다소 낮은 편이지만, 난 굉장히 "캡틴 아메리카"라는 대단히 이름부터도 미쿡적인 히어로의 탄생과 캐릭터의 동기, 그리고 시리즈를 위한 세계관까지 굉장히 잘 어우러지게 만든 것 같거든요. 어벤저스 1편에서는 캡틴 캐릭터의 비중이 꽤 적었기 때문에 그래 뭐 어차피 마블 무비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코믹스랑은 달리 아이언맨 비중이 굉장히 크니깐 그러려니 했습니다. 어차피 내가 코믹스 캡틴의 팬인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내심 기대를 했지. 윈솔은 캡틴 단독 무비이니깐 퍼벤저 때와 같이 캡틴의 이야기를 좀더 볼 수 있을 거라고요.


그런데 왠걸. 버키가 윈솔로 돌아온 걸 빼고 나면 이건 그냥 쉴드 영화. 아니 그거 스토리는 꽤 잘 뽑았거든. 캡틴에게 필요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캡틴 무비가 아니면 그런 식으로 전개를 할 수 없기도 하고. 인정 그건 인정. 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에요. "캡틴 아메리카"의 이야기는 잔뜩이지만, "스티브 로저스"의 이야기는 왠지 하다만듯한 그런 기분이었으니깐. 내가 윈솔을 본 직후에 퍼벤저 때와 같지 않았던 이유도 그 때문. 물론 딱히 그 이유 뿐만이 아니라 이래저래여차저차 해서 요즘은 꽤 심하지만, 당시에는 포스팅을 적게 하던 때이기도 하고. 그래서 아마도 윈솔 관련 자료라던가 팬덤의 반응들 같은 건 거의 찾아보질 않았더랬지이모티콘


그리고 어제(인가 그제인가) 텀블러에서 어마무시한 포스트를 하나 발견했다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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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키 포스트를 쓰려고 관련 이미지를 구글링하다가(캡춰가 귀찮아서(...)) 저런 썸네일을 발견. 별 생각없이 링크를 타고 들어갔더니 아마도 윈솔 당시에 쓴 것 같은 텀블러 포스트. 원문은 이쪽. 첫 문단만 가볍게 슥 훑는데, 깨닫고 말았겠지. 저 왼쪽의 흑백 사진의 분이 윈솔에서 버키의 핸들러이자 쉴드를 잡아먹은 하이드라 수장으로 나온 알렉산더 피어스 역의 로버트 레드포트의 젊은 시절이라니! 물론 비슷한 분위기의 사진을 고른 것이겠지만, 40년대의 스티브 로저스를 떠올리게 한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이지 않나 말이다! 이모티콘


뭐 물론 전형적인 미쿡의 미남형 백인 남성-인 것이긴 하지만(ㅎ) 저거 하나만으로 윈솔 당시에 피어스가 윈터 솔저인 버키의 핸들러였던 그 상황의 이야기가 좀더 풍부해지는 것이- 아니 저런 내용의 배우 인터뷰나 공식 기사 같은 게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말했다시피 난 윈솔 관련해서 거의 찾아다닌 적이 없고 이번 시빌워 때문에 뒤늦게 접하고 있는 것들이 많을 뿐이니깐.


어쨌거나.


위에 링크한 포스트에도 언급된 내용이지만, 알렉산더 피어스가 하이드라의 그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는 정도 아닌가 말입니다. 버키가 윈터솔저로 활동한 과거 장면이 실제로 나온 건 시빌워의 1991년 사건 밖에 없고 그외에는 전부 다른 캐릭터들에게서 말해지는 것 뿐이죠. 시빌워에서 버키 같은, 아니 더 전투력이 뛰어난 윈터 솔저가 5명이 더 있었다는 것을 보면, 윈솔 때 나타샤가 스티브에게 말했던 자신의 에피소드의 윈터 솔저는 사실 버키가 아닐 수도 있어요. 물론 윈솔 때 나온 얘기이니깐 버키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뭐 그건 모르는 일이지 않겠나. (덧. 메탈암 얘기 듣고 나타샤가 바로 알아차렸기 때문에 버키가 맞음(ㅎ))


시빌워 예매할 즈음에 알았는데 내가 윈솔 동영상은 다운받지 않았더라고요. 물론 DVD와 블루레이는 샀을텐데 어딨는지 모르겠음(...) 분명 사고나서 한번쯤 본거 같은데(...) 그말인즉, 내가 윈솔 복습은 아마 거의 한손에 꼽을 정도 밖에 안했을 거라는 거. 그래서 어쨌든 시빌워 보기 전에 2월 정도에 다시 한번 본 것 같고, 시빌워를 보고 와선 아주 줄창 복습을 하고 있는데- 저 알렉산더 피어스와 버키 씬이 그렇게 눈에 밟히더란 말이죠. 와 난 왜 저 씬을 이제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넘겼던 것일까- 아니 그보다 그리 크게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미안 내가 정말 당시에 진심 윈솔 영화에 실망한 모양인데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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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에서 피어스가 버키를 대하는 건 물론 하이드라의 수장이라던가 핸들러이기도 하지만, 그 말하는 내용이 퍼벤저 때의 박사님 대사가 떠오르지 않겠어요.


The serum amplifies everything that is inside,

so good becomes great; bad becomes worse.


스키니 스티브가 실험을 하기 전날 밤 박사님이 스티브에게 슈미트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말했죠. 세럼은 단순히 힘을 세게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속에 내재된 선함과 악함까지도 증폭시킨다고. 그래서 슈미트는 레드 스컬이 되었고, 스키니 스티브는 캡틴 아메리카가 되었잖아요?


버키가 졸라의 그 실험들과 반복된 세뇌에도 온전한 하이드라의 윈터 솔저가 아닌 "버키"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 그리고 피어스가 윈터솔저에게 명령을 하는 방식이 단순히 킬러에게 이유불문의 임무를 주는 것이 아닌 대의를 위한 일, 그것이 일그러진 세상을 구하는 일에 뒷받침이 된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 정말이지 퍼벤저 때의 박사님의 말씀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는 겁니다. 아니 왜 이걸 윈솔 볼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건가 하는 건 이젠 더이상 논외로 좀 치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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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스의 말을 들으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되돌아오는가 싶던 버키는 한순간 다시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 말하죠. "But, I knew him." 왜 난 윈솔 볼 때 저 버키의 표정을 보지 못했냐며(ㄲ) 젠장 2014년의 나님 넌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있었던거니이모티콘


피어스는 버키의 기억을 지우라고 지시하는데, 그전에 닥터가 하는 말도 이제와선 좀 밟힙니다. 냉동 상태에서 너무 오래 나와 있었다고 했죠. 시빌워에서 시베리아 기지를 보면 5명의 윈터 솔저는 여전히 냉동 상태인데 뭐랄까 이 "윈터 솔저"라는 게 번갈아가면서 활동을 했던 건 아닐까 싶고- 그래서 나타샤가 만났다는 윈터 솔저가 버키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 거고요(ㅎ)


윈솔에서 하이드라의 수뇌부는 잠적하거나 죽어버렸기 때문에 기억이 일부 돌아온 버키 역시 돌아가진 않았겠죠. 숨어살면서 2년, 시빌워에서 보여졌던 것처럼 언제고 상황이 생기면 가방 하나만 가지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경계를 하면서 살았겠지. 100퍼 온전히 돌아오지 않은 기억도 그렇고,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도 그렇고, 절대 지울 수 없는 낙인과도 같은 왼팔을 숨긴채로 말이에요.


버키 배우분인 세바스찬 스탠 인터뷰 한토막이 열렬히 돌아다니던 터라 보게 되었는데, 버키의 그 가방안에는 십여권의 노트가 들어있다고- 2년 동안 과거의 일들을 기억나는대로, 기억날 때마다 기록한 노트들이라고요. 캡틴이 버키의 은신처에서 발견했던 노트도 쓰고 있던 중이었죠. 캡틴 아메리카의 사진이 한장 꽂혀 있고, 여기저기 표시가 되어 있던. 개인적으로 그 노트를 캡틴이 가지고 나왔으면 좋겠다 싶음. 버키와 대화를 이어가면서 방 중앙에 있던 테이블 위에 올려두긴 했지만, 버키가 먼저 빠져나가고 뒤이어 따라나오면서 노트를 가지고 나왔으면 좋겠다 싶음. 나중에 샤론이 캡틴과 팔콘의 장비를 가져다주는 장면에서도 버키의 가방도 가지고 왔나 싶기도 하고요. 트렁크 안을 좀 볼랬는데 극장에서 자세히는 못봤음(ㄲ) 오른편엔 없던데 왼편에도 별로 없어 보이긴 했고(...)


윈솔과 시빌워 사이의 2년. 캡틴 아메리카와 그의 동료 몇이 자신을 뒤쫓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온전하지 못한 기억으로, 윈터 솔저인 모양새로는 캡틴 아메리카인 스티브 앞에 나타날 수도, 잡힐 수도 없었을 거에요. 그 은신처씬에서도 말하지만, 결국엔 싸움으로 끝날 것이 분명하니까. 자신은 더이상 캡틴 아메리카의 뒤를 봐주던 그의 친구 버키가 아니고, 스티브 역시 자신이 알고 있었던, 자신의 기억에 남아 있는 그 스티브와는 조금은 다른 누군가가 되었으니까. 2년의 초반에는 더욱더 혼란스러웠겠지. 점점더 기억이 날수록, 예전의 스티브와 버키가 선명하게 그려질수록, 점점더 현재의 자신과 캡틴 아메리카인 스티브 사이에는 더더욱 커다란 괴리감이 자라났겠지.


"You're Steve."


시빌워에서 제일 슬펐던 대사. 버키 목소리도 너무 슬프고 그 상황도 너무 슬프고 제일 슬펐던 대사. 저 짧은 대사 속에 정말 버키가 2년 동안 자신에게 수없이도 되풀이해서 물었을 의문들과, 산산조각난 기억들의 파편들이 찔러대듯이 느껴졌던지이모티콘


박물관에서 봤다고 덧붙였지만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마치 어제도 불렀던 이름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입밖으로 스티브-라는 이름이 나올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전혀 기억할 수 없다면. 전혀 기억할 수 없는,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렇게 말할 순 없는 거잖아요.


"My name is Bucky."


지모가 계속 제임스라고 부를 때, 절대 한마디도 할 것 같지 않던 버키가 처음 꺼낸 말. 시빌워의 버키는 기억은 꽤 많이 되찾은 것 같지요. 2년 동안 하이드라에게 다시 잡혀갔을 것 같지도 않고, 윈솔 마지막에 그렇게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다시 세뇌 당하지도 않고, 게다가 70년이 지날 동안에도 하이드라는 버키를 완전히 세뇌시키진 못한 것이니깐. 기억이 거의 다 돌아왔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퀸젯에서 내리던 씬에서 마치 예전처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쁜놈들"을 때려부수러 돌아다니던 그 시절에, 세상 무서울 것 없이 둘이 쏘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왼팔은 잃었지만, 그저 팔 하나가 아닌, 암흑과도 같았던 잃어버린 70년의 낙인과도 같은 차가운 금속의 기계팔인 것이니까. 시빌워 엔딩이 그따위라(ㅎ) 블랙팬서에서 둘의 이야기를 더 해줄지, 어벤저스에 버키가 나올지, 캡틴 단독 무비를 더 내어줄지 모르겠지만- 블랙팬서 쿠키에서 유어하이네스 표정이 너무 전투적이라서 버키 나와도 또 고생만 줄창 할 것 같아서 벌써 걱정이다이모티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