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13-11-19
http://gamm.kr/1391 노브레싱, 이종석

인라인이미지

 

실은, 미안하지만, 무인 때문에 두번째 보기 전까지는 정말 개봉 첫날 보고 제낀 영화. 뭐 이쁘게 나왔으니 됐다- 정도. 물론 열심히 한 것도 알고 있고 고생한 것도 알고 있지만, 영화 자체가 내가 생각했던 거와는 정말 상당히 많이 달랐기 때문에- 아니 뭐 잘못 기대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ㅎ)

 

정말 난 거-의 사전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라인채팅이나 제작보고회, 인터뷰도 제대로 보질 않아서(...)) 웹툰 보기 전까지는 별로 기대하고 있진 않았다가 티저와 웹툰 보고선 조오금 기대를 했더랬는데요. 어떤 점이었냐 하면, 슬램덩크의 루카와와 하나미치 같은 그런 구도-랄까(ㅎ) 물론 슬램덩크 같은 퀄리티가 나올 거라곤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비슷하게는 그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무슨 이유에선지) 일부러 수영하는 걸 피하는 정말 타고난 수영천재와, 재능과 환경, 열정과 노력까지 모두 다 갖췄지만 "천재"에는 미치지 못하는, 하지만 주변에서는 "천재"라고 추켜세우고 시기하고 열광하는 선수. 그 둘이 어떤 계기로 한팀에 속하고 처음부터 삐꺽대면서도 라이벌로, 같이 훈련하는 동료로,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걸 배워가면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그리고 마지막 시퀀스의 실전 경기. 괜찮잖아요? 나쁘지 않잖아. 아니 실제 영화에도 저런 설정은 있다니깐. 그런데 뭔가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그런 정도. 청춘물-이라고 하면 적당하지만 수영 장르물이라고 하기엔 조금 한계가 있는 그런 정도. 사실 첫날 보고 나서 제낀 이유도 그 때문이었어요. 아무래도 내 기대가 너무 저만치 가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제대로 못본거지.

 

아무튼. 무인 포스트에서도 그랬지만, 두번째 봤을 땐 첫번째보다 훨 괜찮았었지요. 당연히 괜찮았곘지(ㅎ) 그런데 그래도 정우상이라는 캐릭터에는 꽤 아쉬움이 있었는데 좀 생각하다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글쎄 모르겠습니다. 이걸 극장에서 바로 알았어야 했는데 그저 그냥 진짜 배우 얼굴만 핥다 나온 것인지 뭔지이모티콘

 

아니 뭐 그래도 정우상이라는 캐릭터가 온전히 설정되어지지 않고 온전히 표현되어지지 못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은 없어요. 정은이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가 의외로 명확해서 어릴 때부터 계속 음악을 해오고 차근차근 밟아나가서 오디션에서도 단계단계 올라가는 게 보이고 마지막엔 데뷔한 것까지 보여지잖아요? 사실 난 원일이가 정은이 집에서 처음 밥먹을 때 뜬금없이 기타 꺼내드는 거 보고 정말 뜬금없이 기타를 꺼내드네 하고 생각했는데 전체적으로도 참 뜬금없긴 함. 그냥 유리(혹은 여자아이돌)를 써먹으려고 만들어낸 캐릭터 같은 그런 기분이 확 드는 캐릭터니까요. 하지만 그런 위치에 비해선 꽤 캐릭터의 스토리가 제법 탄탄하게 이야기되고 있어요.

 

하지만 정우상이라는 캐릭터는 투톱의 주연급으로 올라설 정도가 못될 정도로, 혹은 꽤 큰 비중의 주조연임에도, 캐릭터의 이야기가 굉장히 설기게 엮여 있는 기분. 글쎄 표현의 문제도 있겠지만 애초에 각본에서부터 좀 그런 식으로 풀어졌달까. 원일의 경우와는 다르게 좀 의도적으로 대놓고 말하지 않으려는 것도 느껴지고.

 

첫등장은 국제경기 도중에 호주 국가대표를 폭행해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하는 걸로 시작되죠. 왜 폭행을 했는지, 그전의 성적부진에 대해서는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나중에 필리핀 전지훈련 때 만난 선수들이 시비에 휘말린 그 선수들이라는 건 대화에서 알수가 있는데 그때도 딱히 이전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죠. 그 장면은 원일의 노브레싱이 키가 되는 장면이니깐.

 

척추-허리쪽 부상이 있다는 건 사촌누나인 의사의 대사로 알 수 있는데, 결코 가벼운 부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맨처음 검사를 받는 장면에서는 전-혀 그런 뉘앙스 없이 가볍게만 넘어갔고, 그뒤에 정동의 훈련을 봐주다가 정동의 부상을 알아채는 장면에서 조금 떡밥을 던지곤, 나중에 느닷없이 좀 심각한 레벨로 터뜨리죠.

 

사실 이 부상이 정우상이라는 캐릭터에게 있어서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데 이게 전혀 그 존재감을 내밀지 못하다가 막판에 팍 터트리듯 튀어나온 게 좀 별로인 것 같달까. 초반에 언급된 성적부진의 원인도 이 부상 때문일 거구요. 호주 대표를 폭행한 사건도 이 부상과 연관 있을 거라 봐요. 일반인들보다는 훨씬 재능이 있지만 원일과 같은 정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신 좀더 나은 재능에 그보다 훨씬 더 큰 열정과 노력으로 천재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그런 정도랄까. 남들보다 몇배로 더 훈련하고 남들보다 몇배로 더 집중하고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에 지치거나 하진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한계"란 것이 있죠. 더이상 뛰어 넘을 수 없는 한계. 그걸 뛰어넘겠다고 더더 몸을 혹사시키고 앞으로 계속 내달렸을 거에요. 그렇게 해서 얻은 건 한계를 뛰어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이전 같지 않은 몸과 컨디션일테고, 그런 반복 자체에 조금씩 지쳐갔겠지. 누구에게도 털어놓거나 상담할 수도 없이 말이에요.

 

난 좀더 정우상이라는 캐릭터가 좀더 수영만 알고 좀더 외곬인 그런 캐릭터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영화에서 설정은 딱히 그런 건 또 아닌 것 같구요. 좀더 이런 면이 부각되서 자신을 둘러싼 온세상이 수영 뿐인 열여덟(아마도(?))인 아이로 그려졌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협회장까지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힘을 가진 아버지, 원하는 코치를 데려다가 훈련할 수 있는 환경,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재능, 그 재능을 뛰어넘는 열정과 노력. 그런데 그 세상에 끝이 있단 말이에요. 그걸 알아버렸단 말이에요. 1%만, 1%만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되는데. 그런데 그 앞에 다른 모든 것은 전혀 가지지 않았지만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있는 그 능력을 온전히 가진 라이벌이 나타난 거라고.

 

아 정말이지 꼭 우리 우상선배님을 그 상황에서 꼭 연애를 시켰어야 했습니까. (뭐 아니 꽃다운 청춘에 좋아하는 여자애도 당연히 있을 거고 연애도 해야하고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꼭 정은이 캐릭터가 오디션 나가서 데뷔하는 스토리를 굳이 넣어야 했습니까. 대체 왜 타이틀은 노브레싱인데요이모티콘

 

두번째 볼때도 마지막에 아버지 말을 듣고 좀 감정에 벅차하는 장면은 참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점들이 좀더 부각되어서 표현되는 상황이나 대사나 그런게 좀더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싶고. 선발전 이후에 출국 이틀전에 원일과의 대화에서 원일이 포기하지 말라는 데에다 "나 정우상이다"라고 답하는 장면은 두번째 볼 때도 뭔가 편집당한 장면이 있거나 짤린 듯한 대화 같다고 생각했는데, 훈련을 위한 출국이 아니라 치료를 위한 출국이라고 생각하면 딱딱 맞아떨어지는 대사잖아요? 모르겠어요 이거 극장에서 볼 때 이미 알았어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난 진심 원일이 대사 들으면서 뭐래 했다(ㄲ) 게다가 "약속" 꼬투리 잡아서 또 연애노선으로 넘어가서 더 그랬다(ㅎ) (게다가 그 시퀀스의 유리씨의 연기는 정말(...) 그전까진 괜찮았는데 왜 딱 그 시퀀스에선 정말(...))

 

글쎼요. 잘 모르겠어요. 감독의 의도도 이랬고 충분히 표현되었다고 판단한 각본과 편집인건지. 그냥 내가 대충 얼굴만 핥다 나온 것인지(ㅎ) (아니면 의도도 이게 아니고 나는 얼굴만 핥았고 아주 핀트가 어긋나고 있는건지 뭔지(ㅎ)) 그랬거나 어쨌거나 우상선배 수영하는 씬들이랑 마지막 경기 장면은 굉장히 멋지긴 했지만.

 

아 우상선배 보고 싶다. 블루레이나 빨리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