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13-08-13
http://gamm.kr/1306 영화

인라인이미지

 

개인적으로 "신세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 극중 후반부로 넘어가는 시점. 정청은 이중구 패거리들한테 당해서 입원해있고 바둑언니도 죽고 막나가는 강과장은 급기야 골드문을 니가 접수하라고까지 하는 상황. 강과장과 접선하던 폐쇄된 실내 낚시터 밖으로 나오는데 그 이전에 한두어번 보여졌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듯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 굉장히 눈에 든 장면. 첫 등장 때도 그랬고 다 낡고 버려진 폐허, 온통 칙칙한 색들 뿐이고 전혀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그저 오지도 않을 "끝"만을 향해 가는 그런 곳이었는데, 문득 고개를 든 이자성의 눈에 비친, 눈이 부신 햇살과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과 짙은 초록의 나무들.

 

마치 "신세계"인 듯이. 마치 전혀 다른 곳인 듯이.

 

그전까지와는 다르게 밑에서 올려다 잡은 앵글도 마음에 들었고,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풍경들의 채도가 도드라진 그런 색감도 좋았고, 그리고 이자성이 정말 문득인 것처럼 그제서야 알아챈 것처럼 두리번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에요. 극 초반부터 아주 줄창 흔들리고 흔들리고 흔들리던 모습만 보여주던 이자성이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세계를 인지하고 드디어 결정하는구나 하고 전환이 되었던 장면. 물론 애초에 자신이 원했던 그런 세계는 아니겠지만.

 

지난달에 "신세계" DVD가 출시되어서 받자마자 오랜만에 다시 보았었는데 여전히 저 장면에서 극장에서 느꼈던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이자성이 높은 골드문 희장실의 자리에서 담배를 빼어물던 그 느릿한 시퀀스와 함께 굉장히 마음에 드는 장면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