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13-03-08
http://gamm.kr/1256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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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무려 스타리움관에서 보고 왔었지만 집이 아니었던 관계로 이제서야 좀 남겨둠. 최근 한쿡 영화 왜케 잘 만드냐며- "베를린"은 사실 예고편 보면서 조오금은 기대했었는데 "신세계"는 정말 기대 안했었는데 말입니다. 작년부터 다들 왜 이러냐며 충무로에 무슨 약을 푼거냐며(ㄲ) (스타리움관은 좀 기대했는데 딱히 감동스럽진 않았다. 그냥 왕십리 아이맥스나 코엑스 M관이 나한테는 더 맞는 듯(ㅎ))

 

정말 이건 별로 기대 안했음. 예고편은 못보고 그냥 다른 영화들 보러 갔을 때 극장에 걸린 포스터만 보았었는데, 그렇잖아요. 그냥 뭐 한쿡식 조폭 영화인가 하고 생각했긔. 난 그런거 별로 안좋아하긔. 설추석 코미디 조폭물이면 뭐 그냥 코미디니까 보겠는데 조폭이고 뭐고 간에 국내 영화 중에 주먹질 하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다들 영상적인 면은 내 취향에 맞질 않아서- 저 보라고 포스터 좀 보라고 아주 그냥 인상 팍 쓰고 있는 것이 이 영화가 무슨 "베를린"만한 스릴러가 넘치겠어 "도둑들" 같이 유쾌하길 하겠어.

 

우오 그런데 이거 좀 잘 만들었더라. 진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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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아저씨 미안합니다. 캐릭터 포스터 3장을 나란히 붙이면 너무 작아지고요. 그렇다고 한장씩 붙일 수도 없고. 아저씨는 메인 포스터에 이마만하게 나왔으니까 봐주세요(ㅎ)

 

최민식 아저씨 연기는 논할 게 없겠지. 연기는 둘째치고 사실 캐릭터 자체가 좀 제대로 힘을 못쓴 기분이긴 함. 뭐, 강과장 캐릭터보다는 이정재나 황정민쪽 캐릭터에 좀더 초점을 맞춰야 하니까 그런 거겠지만. 그랬거나 어쨌거나 가장 무시무시한 캐릭터였다. 정말로 대한민쿡에 이런 형사가 있을런가- 이건 뭐 CIA보다 더 무섭잖아이모티콘

 

됐고. 이 미친 황정민 아저씨!! "베를린"에 미친 류승범이 있었다면 "신세계"엔 미친 황정민이 있어! 세상에! 이 아저씨! 이런 역할도 어울릴 줄이야! 그러고보니 "댄싱퀸"도 재미있었는데. 어쨌거나 이 아저씨 이렇게 능청스럽게 이런 캐릭터를 이렇게 멋들어지게 소화해낼 줄은 몰랐겠지. 황정민이 정청이라는 캐릭터를 그렇게 잘 표현해냈기 때문에 이정재가 좀더 돋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달까.

 

어딘가의 리뷰에서 이정재의 캐릭터 표현이 좀 별로였다는 내용을 보았는데, 개인적으론 이정재의 이자성은 꽤 잘 표현해냈다고 봅니다. 실제로 영화 볼 때 초등장을 제외하고 초반에는 최민식과 황정민 두 배우에 묻혀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중반 지나면서, 특히 후반의 그 모든 사단이 벌어질 때 즈음부터는 굉장히 이자성 캐릭터가 영화 전체의 중앙으로 탄탄하게 자리잡아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딱 영화의 스토리가 풀어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에요.

 

영화의 스토리가 TV 드라마의 스토리보다 힘든 이유는 고작 2시간밖에 되지 않는 시간 내에 관객들에게 납득을 시킬 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비슷한 스토리의 TV 드라마라면 이자성이라는 캐릭터의 다른 모습들- 그러니까 그 거대 조직의 2인자(인 정청의 오른팔)로서의 면모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2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는 영화에서는 어떤 부분을 취하고 어떤 부분을 생략할 것인지 어떤 디테일한 에피소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전체적인 캐릭터나 스토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받쳐줄 것인지 잘 따져보고 효율적으로 연출하고 편집하지 못하면 그냥 뭐 개연성도 없이 되는대로 결말을 지어버리던지 아니면 결말을 못지어버리던지(ㄲ) 그냥 대충 냅다 싸우고 부수고 그러다 끝나던지 내내 모든 캐릭터들과 스토리가 겉돌던지 뭐 그딴 식이 되어버리겠죠. TV 드라마에서는 몇회- 몇시간에 걸쳐서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는 감정선을 영화에서는 1시간, 1시간 반 정도에 제대로 쌓아내지 못하면 클라이막스부터 엔딩에 이르는 시퀀스를 관객에게 납득시키기가 힘들어지는 거에요.

 

사실 나는 그래서 영화에서 스토리나 드라마 같은 것은 그리 크게 따지는 편은 아닙니다. 일단 영상매체! 그것도 TV 매체와는 달리 커다란 스크린과 짱짱한 사운드 시설이 설치된 극장에서 보는 영화라는 이 매체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그 스크린과 그 사운드에서 쏟아져나오는 영상에 있다고 주장하는 쪽이죠!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나 드라마를 완전히 개무시하는 건 아니지만(ㅎ)

 

이 "신세계"는 사실 영상적인 면에 있어서는 썩 멋진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음악은 굉장히 잘 사용했던 기억.) 몇군데 마음에 드는 영상 연출이 있긴 했지만, 딱히 전체적인 평을 높여줄 정도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굉장히 배우들의 캐릭터 표현이나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달까. 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 단지 이런 정도만으로 국내 영화를 이렇게 호평한다는 건 정말 나로선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는 거라고이모티콘

 

그 중심에 이자성이라는 캐릭터가 있고, 이정재라는 배우가 있고, 그 둘을 부각시켜준 게 황정민씨이랄까. 사실 이자성의 마지막 선택은 황정민씨의 정청이 아니었다면 그때까지의 이정재의 캐릭터 표현만으로는 크게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이정재가 보여주는 이자성은 처음부터 계속 쭉 굉장히 흔들리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정도로 그려지니까요. 게다가 적극적으로 대사나 행동으로 표현해내지도 않고 상당 부분이 표정이나 눈빛 정도로 대사 없이 쌓아가는 쪽이기 때문에 더욱더. 이자성의 위치라는 것은 이자성 본인보다는 주변에서 더 표현을 해주고 있고, 이자성 본인은 자신의 일과 정체성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최고치를 찍고 있는 시점에 달해있기 때문에. 그걸 초반부터 조금씩조금씩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었던 게 꽤나 유효했다고 봅니다. 황정민이나 최민식의 캐릭터를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서 대사 없는 클로즈업 장면이라던지, 혹은 주변 풍경까지 와이드하게 잡은 단독컷이 꽤 많았지요. 이런 연출과 배우의 표현력이 굉장히 잘 어우러졌달까. 물론 그를 위해 생략- 혹은 암묵적으로 배제된 나머지 부분을 황정민씨의 정청이 채워주었다는 기분이고.

 

어쨌거나.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역시 주먹질하고 칼부림하는 장면들은 여전히 국내 영화스럽네 하고 생각하긴 했지만(ㄲ) 그런 걸 좀 제껴둘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라이징이나 스토리 전개, 그리고 배우분들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크레딧 올라갈 때 류승범 이름 있어서 깜짝 놀랬었는데 편집되었다고(ㄲ) 아마 내용상 엔딩 뒤에 덧붙여질 에필로그 같은 장면 같은데, 본편 영화에서의 6년전 에필로그로 끝난 게 괜찮았던 것 같고. 300만 넘으면 공개할 거라던데 그딴 별 시덥잖은 공약 걸지말고 헐리웃의 흔한 영화들처럼 그냥 크레딧 뒤에 쿠키로 넣었어도 좋을 법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이모티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