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13-02-04
http://gamm.kr/1247 바람의 검심, 신의

이전 포스트 쓰고 난 뒤에 깨달았는데. 시시오님과 유미를 보면서 말입니다.

 

기철이 내공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 건강이 안좋은 것으로 표현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기철이라는 캐릭터는 그런 이유로 "生"에 대해 집착하는 모양새로 되어버리는 쪽은 별로 달갑지 않은 편이라-

 

그런데 이게 시시오님과 유미를 보고 났더니 생각이 좀 달라져서- 아니 원래 극의 의도가 그러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거라면 정말 미안합니다 기철오라버님 제가 대장과 은수언니를 보느라 오라버님한테 애정이 좀 부족했나봐요이모티콘

 

막바지에 이르러 의선도 만나고 화타의 유물도 되찾기 위해 일부러 잡혀 들어간 궁의 감옥에서 의선에게 기철이 말하지요.

 

"내 몸은 이 세상에 갖고 싶은 것은 다 가져봤습니다. 먹음직스러운 것. 아름다운 것. 귀한 것. 헌데, 내내 고팠습니다. 고파서 왕도 바꿔보았고, 고파서 사람의 눈알도 뽑아봤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고픕니다. 그래서 내 몸까지 병들어갑니다. 그 세상에 가면 고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곳에 가서도 고칠 수 없다고, 그곳에는 당신 같은 환자들이 더 많다고 말하는 의선에게 기철이 진심으로 화를 내죠.

 

"그곳에는 하늘을 나는 마차가 있다고 했잖나. 그렇다면 그럴리가 없잖아! 그런 것을 갖고 그런 곳에 사는 이들이 어째서 배가 고파!"

 

사실 이전 포스트를 쓸 때도 기철의 곁에도 시시오님의 유미 같은 그런 여인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거든요. 어차피 24편짜리 드라마이고, 기철은 주인공이 아닌 캐릭터이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가 풀어내지진 않았을터라 기철의 여인 따위는 전혀 극중에 묘사된 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ㅎ)

 

하지만 확실히 "유미" 같은 여인은 없었을 것 같지요. 문득 시시오님에게 유미가 없었다면 켄신네들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기 이전에 어떤 이유로든 어느 순간에 폭주해버렸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기철에게도 만약 "유미" 같은 여인이 있었다면 중후반 지나면서 덕흥군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평할 정도로 그렇게 정신줄 놓고 의선과 하늘나라에 집착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아니 집착하지 않다기보다는 좀더 이성적으로 집착했을 것 같달까.

 

물론 극 초반부터 묘사된 몸의 병은 실제 신체적인 질환이고 그 원인이 기철 자신이 말한 "마음의 병" 때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만약 "유미" 같은 여인이 있었다면 몸의 병이 있다고 해도 "마음의 병" 때문이라고 말할 것 같진 않다는 거지요.

 

요컨대, 길게 말했지만, 기철오라버님은 그냥 극도의 애정결핍 같다는 거이모티콘 하긴 생각해보면 공민왕이 귀국하던 날 동생네 아기의 돌잔치라며 일을 벌였을 때에도 여인네 하나 끼지 않고 혼자 오롯하게 앉아 계셨지. 물론 밤을 보내는 여인네들이야 있었겠지만, "유미" 같은 여인은 없었겠지. 사랑을 해본 적도 없으셨겠지. 갖고 싶은 것은 다 가져도 이때껏 왕의 자리는 전혀 관심 가지지 않았던 것처럼 사랑 같은 것도 전혀 생각해본 적도 관심 가져본 적도 없었겠지. 마음의 병으로 가슴 한쪽이 뻥 뚫린 것 같이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날이 갈수록 심해졌어도 자신이 "무엇"을 갖고 싶어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겠지.

 

"이 세상엔 이 땅 뿐이야? 죽으면 그걸로 끝이야? 더 없어?"

 

이 대사 이전에 비슷한 류의 대사들에서도 드라마 볼 당시에는 "生"에 대한 집착-인가 하고 그냥 넘겼는데 이제 좀 제대로 들리는 거 같네요(ㅎ) 미안합니다 기철오라버님. 내가 좀 이삼일만에 몰아봤기도 했고 그렇잖아요 대장과 은수 커플 말고 공민왕이랑 노국공주 커플도 너무 어울려서- 특히 우리 왕비님 너무 이쁘셔서! 내가 오라버님한테 애정을 다 쏟을 수가 없었어이모티콘

 

발악하듯이 외치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최영은 안중에도 없이 훌쩍 피하고 오로지 의선만을 바라보고 의선만을 향해 달려다가던 기철. 기철이 "은수"를 저도 모르게 연모했다거나 가지고 싶어했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님. 기철이 보는 은수는 "은수"는 없고 "하늘에서 온 의선"일 뿐이지요. 자신이 그토록 찾아헤메던, 마음의 병을, 채워지지 않는 가슴의 구멍을 채워줄 "무엇"을 가져다줄 여인. 그 여인에게 최후의 악을 쓰며 달려가던 기철의 표정이라던가.

 

아! 은수가 좀더 용한 하늘의 의원이었다면 기철의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대장을 고친 건 대장이 은수한테 반했기 때문이지 은수가 하늘의 의원이라서가 아니잖아요? 이모티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