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12-07-29
http://gamm.kr/1221 대니 보일, 베네딕트 컴버배치, 벤투어,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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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년하고도 3개월전. 2011년 4월 29일. 대니 보일 감독님이 연출하고 베네딕트씨와 조니리밀러씨가 두 주연 배역에 더블 캐스팅 되었던 연극 "프랑켄슈타인"을 런던에서 보았더랬지요. 당시 벤투어 관련 포스트는 프랑켄슈타인 포스트만 제외하곤 다 남겼었는데, 이게 막상 쓰려고 들면 도저히 글로 뭘 어떻게 남길 수가 없어서- 진짜 머리 속엔 잔뜩 하고 싶은 말들이 넘치는데 한자도 못적겠더라. 진심 몇달 동안은 계속 머리 한쪽엔 계속 프랑켄 생각이 유지되고 있었더랬습니다. 공연 전반에 대한 감상, 베네딕의 연기에 대한 감상들. 진짜 영국에 갔다왔다는 사실이 좀 의심될만큼 다녀온 자체는 그때에도 기억에서 희미했는데, 공연 자체만큼은 계속계속 생각이 나서 말이에요.

 

당시 예매 관련 포스트는 이쪽. 벤투어 다녀와서 간단 보고 포스트는 이쪽. 벤투어 가기 전 스트립트 리뷰 포스트는 이쪽. 극 내용 자체에 대한 감상은 공연 보기 전에 썼어던 스크립트 리뷰 포스트에서와 거의 같기 때문에, 여기서는 베네딕트씨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 위주로 좀 남겨둠. 이제서야! 이모티콘

 

첫날은 빅터벤, 둘째날은 크리쳐벤 2회, 그리고 막공일인 5월 2일에는 빅터벤을 보았더랬습니다. 솔직히 첫 빅터벤 공연 보면서는 베네딕 연기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것 같아서 좀 걱정했었어요. 내가 진짜 그 시간과 돈을 들여 지구 반대편에 당신 연기를 보러 왔는데! 랄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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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에 크리쳐벤 보면서 이 "더블 캐스팅"이라는 시스템이 직접적으로 눈앞에 오버랩되서- 만약 공연 일정이 빅터, 빅터, 크리쳐, 크리쳐 식으로 같은 캐릭터를 연속해서 보았다면 좀 덜했을지도 모르지만, 공연 스케줄링이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효과적으로 번갈아가면서 볼 수 있었어요. 덕분에 두번째 공연부터는 조니리밀러씨에 대한 집중도가 좀 떨어졌기 때문에 그점이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 스크립트만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 공연의 "더블 캐스팅" 시스템은 2명의 배우가 2개의 배역을 번갈아가며 공연하는 게 아니라, 1명의 배우가 2개의 배역을 "동시에" 공연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의미가 더 큰 것 같거든요. 진심 DVD로 나올 때 각 배우 버전으로 교차 편집 해주면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둘재날부터 하기 시작했었지.

 

물론 베네딕트씨의 연기가 조니리밀러씨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거나 한 건 아니에요. 조니리밀러씨의 연기가 좋았던 부분도 분명히 있고, 배우의 연기 특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라고 해도, 각각의 고유한 캐릭터로 공연되었기도 하고요. 하지만 일단은 베네딕을 보러 간 것이기도 하고, 그 "동시성"에 중점을 두고 본 터라 조니리밀러씨에겐 좀 집중이 떨어지긴 했지. 미안해요(ㅎ)

 

2시간여의 공연 시간. 전체적으로 30분 정도씩 나눠서, 첫 30분은 크리쳐가 혼자 세상에 나가는 과정을, 다음 30분은 드레이시 노인과 같이 지내며 다른 인간을, 사회를 배우지만, 그 아들 부부로 대표되는, 결국엔 다른 인간들 사이에는 섞일 수 없는 크리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시간이 지난 때에서야 크리쳐는 자신을 만들어낸 빅터를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고, 이제까지 전적으로 크리쳐의 시점에서 그려져왔던 것이 일부 빅터에게로 옮겨가 크리쳐가 요구한 피메일 크리쳐를 만들어내는 내용으로 이어지죠. 빅터는 자신이 만들어내긴 했지만, 그 창조물을 통제하지 못하고 되려 두려워하는데 거기에 대고 피메일 크리쳐를 이용해 맞서고 자신의 위치와 힘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물론 그 결과 때문에 의도는 실패하지만. 마지막 30분은 크리쳐와 빅터의 존재감이 거의 비등하게 맞춰지면서 크리쳐는 빅터에게 자신이 당한 것을 똑같이 갚아주고 그의 사회에서 그를 끌어내리게 되죠. 창조자의 위치에서 끌어내려지고, 창조물의 위치에서 벗어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이끌고 뒤쫓는 존재로, 결국엔 하나의 존재가 되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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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조니리밀러씨에게 집중하지 않은 점도 있긴 하지만, 물론 베네딕을 보러 간 것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캐릭터 연기를 따지라면 조니리밀러씨보다는 베네딕의 스타일이 좀더 어울렸던 것 같아요. 크리쳐의 경우에, 조니리밀러씨의 크리쳐는 베네딕의 크리쳐보다 좀더 순수하고 좀더 창조물 같은 기분. 피지컬한 파워적인 면에서는 조니리밀러씨의 크리쳐가 훨씬 파워풀해서 정말 첫날 처음 빅터벤 공연을 보았을 땐 빅터 캐릭터가 크리쳐 캐릭터에 너무 묻힌다는 기분이 정말 강하게 들 정도였는데, 극 종반까지 이어지는 크리쳐의 성장이라던지 감정의 발달이라던지, 그런 부분에 대한 표현력이 베네딕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단순히 아무 것도 모르는 창조물에서 인간이 되어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가장 증오하는 창조자를 닮은 그런 인간이 되어가는 크리쳐라는 면에서 말입니다. 물론 조니리밀러씨의 크리쳐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조니리밀러씨는 빅터보다 크리쳐쪽이 훨씬 어울렸습니다. 창조된 생명, 살아남고자 하는 생명, 그런 점에선 베네딕보다는 좀더 나았었던 것 같아요.

 

빅터의 경우엔 좀더 차이가 드러나는데, 조니리밀러씨의 빅터는 그 비중이 좀 반감되는 그런 기분이랄까. 이게 대본 자체가 빅터의 비중이 크지 않은데, 내가 주의를 기울인 "동시성"을 표현해내려면 대본에만 표현된 빅터 정도로는 부족하거든요. 게다가 이 빅터라는 인물은 "생명"을 "창조"해낸, 마치 신과 같은 인간이란 말입니다. 단순히 연구실에만 처박혀서 연구만 하는 그런 너드 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자신이 하려는 일을 알고(그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과는 별개로), 충분히 그것을 이루어내는 그런 인간인 거에요. 베네딕의 빅터는 정말로 신의 영역을 넘보는, 그런 거만한 박터의 캐릭터가 잘 드러난 반면에, 조니리밀러씨의 빅터는 그 점은 좀 부족했달까. 물론 그 결과물을 두고 고뇌하고 거기에 매달리는 표현에 있어서는 둘다 비슷했지만, 이런 상화을 만들어낸 애초의 빅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베네딕이 훨씬 더 잘 어울린 기분입니다. 사실 이런 점에서 조니리밀러씨는 크리쳐역이 돋보였고, 베네딕은 상대적으로 빅터역이 돋보인, 그렇기도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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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조니리밀러씨의 크리쳐를 보면서, 정말 빅터 캐릭터도 묻혀 보이는데, 같은 크리쳐로도 베네딕 쪽이 묻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워풀했었는데, 둘째날 베네딕트씨의 크리쳐를 보면서 그런 기분이 싹 없어졌더랬습니다. 뭐랄까, 피지컬하게 느껴지는, 그런 점에서의 크리쳐로는 조니리밀러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데,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는 훨씬 더 어울려 보였으니까요. 특히, 극의 초반 30분은 정말 제대로 된 대사도 없이 거의 크리쳐의 원맨쇼처럼 진행되는데, 그래서 둘째날 크리쳐벤의 첫 30분을 보면서 걱정 따위 다 없어졌겠지.

 

세상에 나와 자신을 괴물 취급하는 사람들을 피해 인적이 없는 산속으로 들어간 크리쳐는, 무섭고 시끄럽고 차가운 인간 세상에 반하는, 따뜻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떠오르는 아침의 태양을 보고, 새벽 첫 노래를 울리며 날아오르는 새들을 보고, 몸을 적시는 빗줄기도 맞아보고, 부드러운 풀밭에 뒹굴기도 하고,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하죠. 난 정말 이 시퀀스를 처음 조니리밀러씨의 크리쳐로 보았을 땐 단순히 그런 표면적인 표현만 보았을 뿐이었는데, 바로 다음날 베네딕트씨가 표현하는, 똑같은 그 일련의 시퀀스에서는 전날 느끼지 못했던 크리쳐의 모습이 느껴져서 말이에요. 물론 두번째 봐서 그런거다-랄 수도 있지만, 아니, 정말로 달랐습니다. 관객을 향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인간의 기준으로는) 아무런 의미에도 맞지 않는 소리들로 표현해내는 크리쳐는, 베네딕의 크리쳐와 조니리밀러씨의 크리쳐는 정말로 달랐어요.

 

조니리밀러씨의 크리쳐는 파워풀한 만큼이나 그 의지적인 면이 돋보이는 반면에 베네딕의 크리쳐는 보다 더 애처로운 느낌이랄까. 그래서 "동일시"라는 측면에는 베네딕의 크리쳐가 더 어울렸던 것 같아요.

 

드레이시 노인과 함께 생활할 때 피메일 크리쳐의 꿈을 꾸던 시퀀스도 베네딕쪽의 표현력이 좀더 마음에 들었던 장면. 이건 뭐 어디 영상도 없고 뭐라 말을 못하겠네(ㅎ) 크리쳐와 빅터가 서로 정확히 대칭되는 구도를 많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 꿈 시퀀스에서는 크리쳐와 피메일 크리쳐가 마치 거울을 보는 듯이, 반대의 성, 불완전한 존재의 완전한 반쪽이라는 걸 나타내는 동작이 가미된 춤을 추는데, 베네딕의 크리쳐쪽이 그런 점이 보다 더 풍부하게 표현되었달까. 뭐 내가 베네딕을 편애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일지도 모르지만! (ㅋ)

 

중후반의 빅터와 대립하는 크리쳐는 조니리밀러씨 쪽이 좀더 파워풀하고 의지적이었기 때문에 그점이 좋았던 점도 있습니다. 좀더 감정적인 부분에서의 크리쳐는 베네딕쪽이 좀더 마음에 든, 그런 정도일까나. 엘리자베스에게 찾아간 장면, 특히 자신의 진짜 의도를 밝히던 대사 시퀀스도, 첫날 볼 때 스크립트로 볼 때랑 너무 다르게 훅 지나가서 좀 당황했는데, 베네딕의 크리쳐로는 좀더 잘 살았던 것 같아서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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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쪽은 확실히 베네딕의 빅터가 좋았는데, 특히 빅터가 (거의) 처음으로 등장하는, 크리쳐와 처음 제대로 대면하던 그 장면. 막공일날 그 장면의 빅터벤은 완전 미친듯 쩔어서 그 장면 빅터는 크리쳐를 압도해버린 정도. 보면서 정말 베네딕 이자식아 너혼자 공연하니 자제 좀 해-라고 생각하기도 했겠짘 생명을 창조해낸 인간, 감히 신의 영역을 넘본 인간, 그러면서도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두려워하는 인간, 그렇지만 전혀 그런 내색은 하지 않고 그것을 파괴하려는 인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나가야하는지 올바른 길을 전혀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신의 능력을 가졌지만, 신의 흉내를 내는 것조차 실패한 인간. 그런 인간의 모습이 한껏 묻어녀나온 장면이었어요. 베네딕 정말 멋졌다이모티콘

 

그 이후에 아버지와 대립하던 장면이라던가, 엘리자베스를 대하는 장면에서도 그런 빅터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죠. 반면에 조니리밀러씨의 빅터는 사실 조금 달라보임. 좀더 두려워하는 면이 많이 보이고, 좀더 보통의 인간처럼 보인달까.

 

좀 다른 얘기인데, 개인적으론 아버지 연기가 기대한 것과는 좀 달라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 두분, 피메일 크리쳐와 엘리자베스(나오미 해리스)는 기대 이상이었지. 특히 피메일 크리쳐 배우님은 대사 한마디도 없는데 정말 연기력 돋았긔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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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북극 시퀀스는 어느 누구의 연기력보다, 누가 어떤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가보다, 시퀀스의 연출 자체가 상당히 좋았더랬습니다. 그 이전까지 크리쳐와 빅터가 직접적으로 동일시 되진 않지만, 마지막으로 치달으면서 이 둘 캐릭터의 시각적인 행동 묘사 자체가 대칭적으로 의도되어 있죠. 빅터가 크리쳐를 처음 대면했을 때 악수하던 장면과 더불어 동일 캐스팅의 장면으로 절로 오버랩되는 효과가 있달까. 캐릭터별로 2번씩 본 게 아주 잘했다고 생각된 게(물론 어째서 더 많이 예매하지 않았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첫날과 둘째날 각각 빅터벤과 크리쳐벤을 본 탓에 막공일엔 미친력 쩌는 베네딕의 연기에 상대 캐릭터까지 베네딕의 연기로 오버랩해서 볼 수 있었으니까요. 정말 그래서 조니리밀러씨한테는 너무 미안하지만(...)

 

머리 속에 있는 말들의 반의 반의 반도 쓰지 못하겠지만(ㅎ) 이 정도로만 글로 남겨둠. DVD가 나온다면 다시 보고 좀더 제대로 된 포스트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DVD는 대체 언제 나올런지. NT 라이브는 6-7월에 재상영을 했는데, DVD 쪽도 좀 진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막공일 공연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베네딕트씨의 빅터와 크리쳐를 다시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