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星 S-4266



2012-01-18
http://gamm.kr/1093 셜록

아직 라이헨바흐 제대로 다시 볼 시간이 없긴 했지만. 일단 좀.

 


 

 

존의 블로그 마지막 포스트에 등록된 영상. 참 깨알같은 제작진이 아닐 수 없다늬. 시즌1 때보다 블로그의 활용률이 훨씬 더 높아졌어- 실은 그라비아편에서 아이린 언니의 트위터 계정을 말하는 장면이 있어서 그쪽도 찾아보았지만 그쪽은 별거 없음. 뭐, 쇼에서도 농담이기도 했고(ㅎ)

 

"Falls of the Reichenbach"라는 타이틀의 명화를 되찾아주면서 그 이전까지에 비해 더 큰 유명세를 얻게 된 셜록. "라이헨바흐 히어로(Reichenbach Hero)"라는 별칭으로 불리우게 됩니다. 타이틀의 "Reichenbach"는 결국 셜록을 지칭. "라이헨바흐"와 어떻게 엮을지 좀 기대했었는데, 그 기대에는 못미친 것 같다늬(ㅎ) 좀더 브릴리언트한 걸 기대했는데. 하지만 뭐 나쁘진 않습니다. 후반부에 모리아티의 "리처드 브룩(Richard Brook)" 신분에 엮이기도 하고.

 

이 마지막 라이헨바흐편이 그냥 객관적으로도 굉장히 훌륭한 에피소드인데, 개인적으로 훨씬 더 마음에 들었던 게, 시즌1 이후에 가졌던, 그리고 시즌2의 첫 두 에피소드를 본 이후에 덧붙여진, "셜록"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생각들에 크게 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물론 그 캐릭터관 자체가 제작진의 의도와는 다른 부분도 있을 수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을 수도 있지만, 뭐 셜록이라는 캐릭터가 변해가는 것만큼이나 내가 생각하는 캐릭터관 자체도 바뀌어 갈테고, 어차피 제작진의 의도에 100% 따라야 할 것도 아니기 때문에(ㅎ)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크게 대립되는 부분이 없이 진행이 되어서 그게 가장 좋았달까. 바꿔말하자면 어느 정도는 바란대로 전개되었다고도 볼 수 있고. (디테일한 것들이 맞아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아님)

 

시즌3에서 어떻게 스토리가 바뀌고 캐릭터가 바뀌고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는 당연히 나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나는 셜록과 모리아티(라이헨바흐의 모리아티는 짐더ㄱㅇ보다는 모리아티라고 부르고 싶다(ㅎ))의 시퀀스는 전적으로 셜록의 시점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테지만(ㅎ) 당연히 셜록을 믿는 쪽. 모리아티는 되살아났으면 좋겠지만, 일단 죽은 쪽. (아직 얘를 어떻게 되살려야 할지 모르겠다(ㄲ)) 당연하잖아! 주인공도 셜록이고 타이틀도 셜록이고 셜록이 빌런이 되는 그딴 드라마가 될리도 없을 거잖아!! 물론 이런저런 사고를 쳐서 빌런급으로 전락은 할지언정 빌런이 될리는 없는 거잖아. -랄까, 그래, 그건 나로선 모를 일이지만(...)

 

물론 모리아티에 대해서는 시즌3에서 좀더 밝혀져야 할 부분이 있겠죠. 정말 모리아티는 좀 되살아났으면 좋겠는데, 셜록이 죽은 걸 위장하는 부분은 어떻게든 될 거 같은데, 모리아티는 진짜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곤란하겠지(ㅎ)

 

모리아티가 셜록 앞에서 가짜로 죽었다고 쳐도, 셜록이 자기가 죽는 걸로 위장한다고 치면 모리아티가 가짜로 죽은 걸 모를 수 있을리가 없기 때문에- 모리아티의 시체를 우선 없애야 할 거니까 말이에요. 그냥 죽는 게 아니라 모리아티가 꾸민대로, "셜록 홈즈"라는 "라이헨바흐 히어로"는 가짜이고 "모리아티"라는 가공할 악당은 그가 자신의 적수로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일 뿐이어야 하는 걸. 물론 그 모리아티를 연기했던, 리처드 브룩이 같이 실종되었겠지만, 사람들은 그에게는 큰 관심을 가지진 않을 거에요. 그가 살아있어서 이슈의 중심에 서서 계속 모습을 비추고 말을 해댄다면 모르지만, 실종된 상태라면 그 상태 자체가 딱히 이슈가 되진 않을 거에요. 그 사람은 모리아티도, 셜록도 아니니까. 그 사람이 진짜이고, 그 진짜가 모리아티를 연기한 거라면, 애초에 사람들은 뭐가 진실인가 하는 것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걸.

 

어쨌거나. 모리아티가 좀 살아나서 시즌3에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어찌해야 할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뿐이겠지. 하지만 모팻님과 갓티스님과 스티브님과 수마님과 맥기건님이 계시니깐!! 당신들은 할 수 있을 거라고 봐! 그러니 걱정하지 않겠어!!

 

이번 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셜록이 "리처드 브룩"을 만났을 때의 장면이에요. 그전까지, 납치되었던 아이들을 구해낸 이후부터, 아니 일부러 경찰에 잡힌 모리아티가 자신을 법정으로 불러냈을 때부터, 아니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면서 자신을 게임에 끌어들였을 때부터, 아니 그 이전 언젠가, 셜록 자신은 몰랐지만, 자신과 모리아티의 세상이 처음으로 교차했을 그때부터. 이미 예정되어 있었고, 점점더 스스로도 느끼고, 자각하고, 깨닫고 있었던-

 

나를 전적으로 부정하고 나의 세상을 전적으로 부숴버리고

그리하여 발끝조차 디딜 곳 없어져 끝도 없는 無로 추락해 갈 것이라고

 

나 자신조차도 스스로를 부정하게 될 것이라고

아니 그것조차 없던 것이 될 것이라고-

 

정말 그런 것을 "처음으로" "온전하게" 예감하고 결론짓는 그런 셜록의 표정이어서 정말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정말 그 장면 전까지는 밀고 당기듯이 진행되는 것 같았지만, 하지만 도노반부터 시작해서 "의혹"이 생겨나던 시점부터 정말 새삼 몰입하게 되어서 말이에요. 초반에 셜록이 모리아티가 일부러 잡혀서 자신을 끌어낸 것의 진짜 의도를 궁금해할 때부터 모리아티가 어떻게 이걸 끌고 나가려는지 굉장히 기대했었는데, 정말 도노반 반응 보면서 (뻔하다면 뻔할 수 있겠지만) 역시 모리아티! -라는 생각이 들어버려서(ㅎ)

 

셜록을 그냥 죽이려면 충분히 죽이고도 남았겠지만, 그 시간과 그 수고로움을 들여서, 스스로가 자멸하도록, 그것도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그 바깥의 온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부정당하고 그 자신에게마저도 부정당해 자멸하도록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정말 모리아티 정도나 할법하니까 말입니다. 시즌1 3편에서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만들다가 폭탄이라도 터뜨린다던지 저격해버린다던지 그런 정도였다면 별로 감탄하지 않고 그냥 넘겼을 거에요. 모리아티 배우분인 앤드류 스캇님의 모리아티 연기는 살겠지만, 그랬거나 어쨌거나 모리아티라는 캐릭터 자체로서는 딱히 특별할 거 없는, 물론 쇼 안에서야 특별한 존재이긴 하지만, 보는 관객 입장에서야 다른 숱한 악당 캐릭터들과 비교해서 딱히 특별할 거 없는, 그런 정도였을 거에요. 그런점에서 이번 편에서 셜록을 무너뜨리는 이 전체 과정 자체가 정말 마음에 든달까.

 

뻔하다면 뻔할 수 있지만요. 아이덴티티를 잃는다는 것 자체는, 간단해보이면서도 복잡하고 별거아닌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심각한, 모든 흐름을 역행하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일이니까 말이에요. 영화 네트의 그녀가 겪은 일처럼, 혹은 플라이트 플랜의 그녀가 겪은 일처럼, 혹은 센이 겪은 일처럼, 혹은 저 영원의 숲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아이덴티티를 잃는다는 것은 그렇게 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어지고,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그 상황을 빠져나올 수가 없는, 그런 일이니까 말이에요.

 

셜록"과" 게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셜록"을" 걸고 게임을 벌이는 모리아티가 정말 멋지달까 뭐랄까. 진짜 영화판 셜록홈즈 이번 2편에서 모리아티 교수가 등장해서 기대했었는데 보고나니 무슨 별 시덥잖은 시간강사 수준도 안되서 정말 실망했는데, 그에 비하면 정말 "모리아티" 같은 캐릭터랄까. 캐릭터 자체 설정도 대단히 멋지고, 그걸 연기한 배우님도 진짜 멋지고.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셜록을 가지고 놀 수 있지! -이런 기분이랄까(ㅎ)

 

미안 셜록. 그래도 난 널 애정하잖늬. 시즌3에서 돌아올 건데 뭐가 걱정이야이모티콘

 

바스커빌편에서 거대한 괴물 하운드를 보았다는 그 공포는 약에 의해서 극대화된 점도 있고, 그리고 그걸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셜록 스스로가 자신에 대한 의혹을 품게 되면서 되려 더 그 공포가 더해지는 상황이었는데, 중반을 지나면서 그제서야 서서히 이 모든 사건이 향하는 곳을 알아차리기 시작하는 셜록이 느끼는 게 딱 그 비슷한 공포랄까. 그런 점도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그게 극적으로 딱 드러난 때가 납치당한 여자아이가 자신을 보고 기겁을 하는 걸 본 직후에 "자신만 볼 수 있었던" 건너편 건물의 유리창에 커다랗게 붉은 핏빛으로 쓰여진 "I O U"를 본 때였는데, 그 때의 셜록 반응이 좋았달까. 모리아티가 계획한 이 전체적인 흐름 안에서 정말로 딱 맞아떨어지게 흘러가는 셜록이라서 그게 좋았달까.

 

존에게조차도, 심지어는 관객에게조차도 드러내놓고 내색하진 않지만, 자신에게 전혀 제어권이 없는 상황에서 오는 불확실성과 그에 대한 공포 같은 것들이 보이기 때문에 말이에요. 시즌2 첫편에서 나왔던, 모리아티가 말했다는 "The Virgin"의 의미도 그대로 이어지고, 무엇보다 바스커빌편까지 해서 이어진 개인적인 "셜록"이라는 캐릭터관에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말이에요.

 

만약 셜록이 감성이 거의 없이 이성으로만 똘똘 뭉친 캐릭터였다면 어땠을까. 만약에 정말로, 정말로 셜록이 인간적인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존이 말했듯이 그런 "machine" 같은 캐릭터였다면, 모리아티의 이번 계획이 이렇게 순조롭게 흘러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정말로 그런 셜록이었다면, 아이들이 납치당한 그 사건 자체가 함정이라는 걸, 분명 주변에서 보기엔 늘 그런 것처럼,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더구나 애초에 시즌1의 3편에서 그 다섯개의 라운드에 그렇게 끌려다니지도 않았을 거라고도 생각하고.

 

수영장에 모리아티를 불러낸 것이 셜록인 것 같지만, 실은 전체적으로 보면 모리아티가 셜록이 그렇게 하게끔 만든 것이니까 말이에요. 일부러 경찰에 잡혀서 셜록을 끌어냈을 때에도 보여지듯이 "잡히는 것" 자체가 모리아티가 의도한 게 아니라 셜록을 끌어낸 것부터가 모리아티의 의도니까 말이에요. 굉장히 뛰어난 머리를 가지곤 있지만, 모리아티쪽은 이미 몇수의 몇수 앞을 훤히 내다보고 있지만, 셜록쪽은 한수 정도 겨우 읽어내는 정도. 그리고 수를 읽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들은 셜록이 모리아티보다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가 결국엔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거에요. (모리아티가 인간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고- 음 인간이 아닌가? (ㅎ))

 

보통 사람들보다는 많은 걸 보고 그 이면에 숨겨진 것들을 놀랄만큼 정확하게 추론해낼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정보의 제한과 그 자시의 주관과 감정 때문에, 틀리고 놓치고 실수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는 걸요. 시즌1에서는 그런 점에 다소 덜 보여졌지만, 시즌2의 앞 두편에서는 직접적으로 말해진 부분이 꽤 있죠. 물론 너무 그걸 물고 늘어지진 않는 정도였지만. 셜록 본인도 그에 대해서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단지 슬픔이라던가 즐거움이라던가 그런 것만 감정인 게 아니잖아요. 얼마나 그것에 익숙한지, 그점이 문제일 뿐인걸.

 

아주 어린 시절의 셜록이 겪어왔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사실 셜록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듯한 그런 취급을 많이 받아왔을 거에요. 개인적으론 형님쪽이 셜록을 굉장히 아끼는 쪽도 좋지만, 형님의 진심이 어쨌건 셜록 본인이 느끼기에는 형님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것 같기 때문에, 아니 좀더 심하면 심했을 정도랄까. 분명 자신보다 더 뛰어난 듯한(실제가 어쨌건) 형님을 동경하거나 따라가고 싶어했겠지만, 그게 점점 변질되어버리는 쪽도 좋달까(ㅎ) 뭐, 형님에 대해서는 시즌3에서도 좀더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을,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 그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굉장히 싸워왔을 것 같으니까요. 그렇게 지금까지 버텨 왔는데, 그런 그의 앞에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평범한 범인 취급을 하며, 마치 어느 문이라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마법의 열쇠를 가진 것처럼, 마치 절대 깨어지지 않을 강도의 유리를 아주 작지만 더 강한 다이아몬드를 이용해서 깨어버린 것처럼, 그렇게 산산조각 내어오는 상대를 만났는데요.

 

무섭지 않을 수 있겠어요?

 

무섭겠지. 무서워해야겠지. 1년반전에 처음, 아주 잠깐 느껴보았겠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자신에게 "더" 소중한 사람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

 

자신을 바라봐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잃을지도 모르는데. 그들이 바라봐주던 자신의 존재는 사라지고, 자신을 바라봐주던 그들마저도 등을 돌릴지도 모르는데. 자신의 눈앞에서 격렬하게 부정당해서- 그걸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다른 사람들인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서 등을 돌릴지도, 혹은 영영 잃을지도 모르는데. 무섭겠지. 무서워해야겠지. 정말 그래서 "리처드 브룩"을 처음 대면했을 때의, "라이헨바흐"인 "리처드 브룩"을 처음 대면했을 때의 셜록이 보여주던 그 반응이 정말 좋았던 거겠지. 모리아티가 끊임없이 말해대지만, 마치 도플갱어를 맞딱뜨린 듯한 그런 상황 같은 장치도 좋고.

 

하지만 뭐 그렇다고 주저앉을 셜록은 아니니까요이모티콘

 

-랄까 왜 이렇게 써대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하핳. 일단 나는 마지막은 셜록의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이를테면 모리아티의 게임판을 역이용한달까. 물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도 있지만) 옥상에서 투신하는 것 자체는 이쪽으로 치지 않음. 나는 셜록의 시점은 그대로 믿는 쪽이지만(그러니까 투신 빼고. 사실 그건 존의 시점이다), 모리아티나 마형님 쪽은 좀더 드러내주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 그리고 셜록과 존. 아아 존. 뭐 시즌3까지 앞으로 떠들어댈 시간이야 한참이나 남았으니 일단 여기까지이모티콘